아마존 실적 부진에 시간 외 주가 6% 급락
알파벳도 12.3% 하락하며 기술주 약세
AI 투자 확대에 현금흐름 악화 우려 확산
수익성 검증 압박에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AI 투자 거품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실적 발표 이후 12% 넘게 폭락한 데 이어 아마존까지 실적 부진으로 시간 외 거래에서 6% 넘게 급락했다. AI 경쟁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놓고 의구심이 커지는 모습이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날 장 마감 후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매출 2019억달러(약 288조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치인 2022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순이익은 207억달러로 지난해 동기 212억달러보다 감소했다. 주당순이익은 1.89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1.97달러를 밑돌았다. 실적 발표 직후 아마존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 넘게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특히 주목한 것은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다. 아마존의 최근 12개월 잉여현금흐름은 424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8억달러 흑자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악화한 것이다.
아마존은 올해 현금 기준 자본지출(CapEx)이 약 2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AI 수요 자체는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3분기 매출은 46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 증가했다.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AI 관련 사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 규모가 더욱 가파르게 늘면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아마존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알파벳 역시 시장의 실망을 불러왔다.
알파벳 주가는 이날 12.3% 급락했다. 3분기 자본지출이 시장 예상보다 적었지만 핵심 검색 광고 사업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특히 알파벳은 2개 분기 연속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상황에 놓였다. 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실제 현금 창출로 이어지는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결과는 급증하는 자본지출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히 빠른 시일 내에 투자 수익이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AI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앤트로픽과 오픈AI 등 주요 고객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건설을 확대하고 있지만 공사 지연으로 지난 분기 자본지출은 예상보다 적었다.
AI 투자에 대한 우려는 아시아 기술기업으로도 확산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가 4% 넘게 하락했다. 지난 6월 최고치와 비교하면 30% 이상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기술기업들은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에 수천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부채로 조달하면서 투자금 회수 가능성과 재무 부담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툴 코테차 바클레이즈 아시아 거시전략 책임자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시장은 관련 소식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시장은 AI 투자 수익률에 대해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 실적에 대한 실망은 미국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졌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나스닥100지수는 1.4%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3% 내렸다.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3.4%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투자심리를 되살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자금이 몰리면서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0.1%포인트 하락한 4.94%를 기록했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