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드 바운 피터슨국제경제硏 선임연구원

민주당, 상·하원 탈환해도 관세는 대통령 권한

의회 견제 클수록 트럼프 ‘관세카드’ 의존 가능

對中 정책공조 기회 날린 동맹 관세 철회해야

[본인 제공]
[본인 제공]

“관세는 대통령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사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인 만큼 중간선거 이후 변동성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세계적인 통상·산업정책 전문가인 채드 바운 피터슨(사진) 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11월 3일 치러지는 중간선거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해 “민주당이 상·하원이 모두를 장악해 행정부 권한이 제한되더라도 관세는 예외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의회의 견제로 다른 정책 추진이 어려워질 경우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관세 권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헀다.

바운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중간선거 결과로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단언했다. 그 이유로는 관세가 의회의 입법이 아니라 행정 조치로 이뤄져 왔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의회가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한에 근거한 행정 조치를 통해 시행돼 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민주당이 하원만 탈환하거나 상·하원 모두를 모두 장악하더라도 기존 관세 정책을 제어할 현실적인 수단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 행정권한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려면, 상·하원 모두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양원의 압도적인 다수가 필요한데, 가장 낙관적인 전망조차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이런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법률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무력화하려면 상·하원에서 각각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는 것만으로는 관세 관련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바운 위원은 오히려 선거 이후 관세 정책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국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입법 교착이 심화할 수 있지만, 관세는 대통령이 이미 위임받은 권한으로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운 위원은 “공화당 대통령과 민주당 의회가 맞서는 상황에서는 국내 정책과 관련한 입법이 거의 진전되지 않는 교착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면서도 “상·하원이 모두 민주당으로 넘어가 입법이 막히더라도 관세는 의회가 이미 부여한 권한 때문에 예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운 연구위원은 지난 2년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관세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현명하지 못했고 혼란스러웠다”며 “미국과 중국의 관계뿐 아니라, 미국과 핵심 동맹국의 관계까지 바꿔 놓으면서 장기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선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바운 연구위원은 중국의 핵심 소재 공급망 장악력이 미국의 대중국 통상정책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희토류와 영구자석 등 핵심 원자재 및 부품의 글로벌 생산에서 여전히 지배적인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들 소재의 수출을 제한하고,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접근을 압박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이같은 공급망 지배력은 중국에 상당한 협상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운 위원은 “이러한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충분한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고 있으며, 그 결과 미국 행정부는 올해 5월과 9월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많은 것을 요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중 간 무역갈등이 일부 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이 핵심 소재의 공급을 통제할 수 있는 한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바운 연구위원은 이러한 중국의 공급망 지배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동맹국 간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오히려 공조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는 중국에 대한 공통의 우려를 바탕으로 동맹국들이 미국과의 정책 공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시기”라고 짚었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공동 대응해야 할 시점에 미국이 동맹국에도 관세를 부과하면서 협력을 확대할 기회를 스스로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바운 위원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대한 관세정책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 같은 동맹국에 대한 무역 정책을 바꿔 2025년 1월 이후 부과한 관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그는 한국에도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 등 동맹국들과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바운 위원은 “한국은 핵심 소재에 대한 중국의 시장 지배력이라는 공동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경제안보 정책의 보조를 맞추려는 의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국 이외 지역에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드 바운은 누구?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선임이코노미스트, 바이든 행정부 국무부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하며 미국 정부의 통상 정책을 직접 입안한 인물이다. 세계은행(WB) 선임이코노미스트, 세계무역기구(WTO) 객원연구원을 거치며 30년간 글로벌 무역 분쟁과 공급망을 연구해왔다.

정목희 기자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