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국내 투자자들의 10월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전월 대비 5배 넘게 급증하며 연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원화 강세로 달러 자산의 매수 부담이 줄어든 데다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투자 수요가 해외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전날 기준 52억5078만달러(약 6조9572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9월(10억128만달러)의 약 5.2배로, 올해 1월(50억299만달러)을 넘어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매수가 급증한 배경에는 원화 강세가 있다.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달러 매수 부담이 줄자 이를 미국 주식 투자 기회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1550원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은 7월 말 1440원대로 내려왔다. 이후 8월 1360원대, 9월 1350원대로 하락한 데 이어 이달에는 1320원대까지 떨어졌다.
국내 증시의 급락도 미국 주식으로 투자 자금이 이동한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한 지난 5월 미국 주식을 939억달러 넘게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로 자금을 옮겼다.
그러나 코스피가 9000선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자 미국 주식 순매수로 전환했다. 이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미국 주식 매수 규모도 확대됐다. 이달 코스피는 5500선마저 내주며 최근 한 달간 22% 넘게 급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100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하락률은 각각 4.11%, 0.86%에 그쳤다.
서학개미들의 매수세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집중됐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3배 레버리지’를 38억7830만달러(5조1368억원) 순매수했다. 해당 상품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한다. ‘디렉시온 데일리 MSCI 한국 3배 레버리지 ETF’에도 2억9950만달러)가 몰렸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품을 통해 한국 증시의 반등에도 베팅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미국 주식 투자 시 환차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지난 6월 원/달러 환율이 1550원일 때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면 현재 환율 1320원 기준 원화 환산 손실률은 약 14.8%에 달한다. 당시 1000만원을 달러로 환전해 투자했다면 주가 변동이 없더라도 현재 원화 환산 가치는 약 852만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원화 강세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에도 달러 공급 우위 속에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과 월말 달러 공급이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2027년 원/달러 환율 전망 범위를 1250~1400원으로 제시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글로벌 제조업 경기와 반도체를 필두로 한 수출 강세가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을 꾸준히 늘리며 환율 하락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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