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납치 당시 112 신고 녹취록

범행 직후 아내 향한 욕설과 폭언

김성우 범행, 흥신소 개입도 조사

장모 살인 및 아내 납치사건 피의자 김성우가 지난 2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공소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장모 살인 및 아내 납치사건 피의자 김성우가 지난 2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공소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혼인 무효 소송 중 흉기를 들고 찾아온 남편이 모친을 살해하고, 자신마저 납치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피해자는 연신 “미안하다”고 했고 피의자는 폭언과 욕설을 쏟아냈다. 흥분한 남편을 더 자극하는 것을 피해야 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혐의를 받는 김성우(26)의 범행 직후 기록된 112 녹취록엔 이 같은 상황이 그대로 담겼다.

26일 헤럴드경제가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신고 녹취록은 피해자인 아내 A씨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피의자 남편 몰래 3차례 신고하는 과정에서 음성 기록된 내용이다.

납치 5분여 만에 첫 번째 신고

김성우는 지난 11일 오전 5시35분께 혼인 무효 소송 중인 아내의 처가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는 이날로부터 한 달 전부터 18회에 걸쳐 처가 주변을 배회했다. 차에는 흉기까지 휴대한 상태였다. 이날 마침 아내와 마주쳤고 이름을 부르며 뒤쫓았다.

딸이 위협받고 있던 사정을 알고, 때마침 마중을 나온 장모는 사위인 김성우가 휘두른 흉기를 온몸으로 막고 숨졌다.

이후 피의자는 아내를 강제로 차에 태웠다. 아내는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면서도 기지를 발휘했다. 남편이 보지 못하게 휴대전화를 조작해 112에 전화를 걸었다.

오전 5시40분. 경찰에 최초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신고 내용에는 욕설과 더불어 ‘남녀 싸우는 소리’, ‘자동차 경고음 소리 들림’ 등 납치 상황이 기록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에는 ‘안전조치 보호 대상’이라는 알림이 함께 떴다.

경찰은 즉각 지역경찰뿐 아니라 광역예방순찰대 등 추가 경력도 출동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대화 내용이 위급한 상황이었다. 이날 경찰 인력이 1000명 가까이 동원됐다”고 했다.

장모 살해 및 납치 사건 피의자 김성우의 아내 납치 당시 112 신고 녹취.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경찰청]
장모 살해 및 납치 사건 피의자 김성우의 아내 납치 당시 112 신고 녹취.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경찰청]

두 번의 추가 신고 후 스마트폰 빼앗겨

오전 5시42분. A씨는 2차 신고를 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욕설. 남자 고함과 여자 말소리’, ‘남자 욕설 소리’, “내가 집에서 너 때리려고 했어”, ‘남녀 다투는 말소리’, “너가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내가 뭐라 했어”, ‘다투는 말소리’ 등을 기록했다.

1분 후 마지막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미안해”라고 했고, 김씨는 “닥쳐”라고 소리친 뒤 “처음부터 다 이야기해”라며 윽박지르고 욕설도 이어갔다. 이후 아내가 몰래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알아채고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김성우는 강원도 양양까지 차를 몰았다. 경찰이 추적에 나선 끝에 범행 발생 약 5시간 후 강원도의 한 야산에서 아내가 발견됐다. 그로부터 2시간쯤 뒤에는 12시35분께 김씨까지 양양군의 한 야산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이날 범행에 계획성과 보복성이 있는 것으로 봤다. 송파경찰서는 지난 20일 김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감금), 특수폭행 등 혐의로 공소청에 송치했다. 경찰은 향후 김씨의 범행에 흥신소과 관여했지 등 다른 의혹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이상식 의원은 “임시조치 재신청 후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보호 공백기에 피해자를 지켜내지 못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피해자의 안전이 행정 절차로 인해 지연되지 않도록 현장의 신속한 대응을 뒷받침할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0k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