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글로벌 무역통계 분석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
대체 항만 이용국은 수출 유지
“추가 항만 확보하고 현지 대응 키워야”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한국산을 비롯한 아랍에미리트(UAE)의 굴착기 수입이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학적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신흥 시장으로 수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이같은 물류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글로벌 무역통계 제공기관인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UAE의 굴착기 수입액은 1억6548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8.0% 줄었다. 동시에 한국산 굴착기 수입 역시 1166만달러로 53.1% 급감했다.
최근 수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던 UAE의 굴착기 수입 추세가 급격하게 꺾인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은 연간 5670만달러 규모의 굴착기를 UAE에 수출했다. 이는 2023년(2592만달러) 대비 2.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UAE 수입 비중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5.7%에서 9.4%로 높아지며 3년 연속 4위를 지켰다.
이를 견인한 건 UAE 정부의 막대한 교통 인프라 투자다. 두바이에선 현재 360억달러(48조원)를 투입한 세계 최대 규모 공항 구축 사업을 비롯, 아부다비-두바이 고속철도 구축 사업, 무인 운행 도시 철도 신설 사업 등 대규모 교통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김학빈 두바이 무역관은 “해당 사업들은 부지 기초공사, 지하 구간 굴착 등 대규모 토목 공사를 동반하므로 중대형 굴착기 수요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올해 굴착기 수입이 꺾인 배경으론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꼽혔다. UAE는 호르무즈 해협과 맞닿아 있어 수출 타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나라 중 하나다. 김 무역관은 “사우디아라비아나 인도의 수출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는데 육로 운송이 가능하거나 UAE 동부 항만을 이용하기 쉬운 지리적 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UAE 내 인프라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어 수요 위축보다 물류 위축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코트라는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는만큼, 선제적으로 해협 봉쇄와 같은 ‘물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무역관은 “수출 기업은 코르파칸, 푸자이라 등 UAE 동부 항만을 이용한 운송 경로와 비용을 미리 확인하고, 현지 대리점과 협력해 주요 모델과 부품의 재고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언급도 나왔다. 김 무역관은 “UAE에서 굴착기는 대부분 제조사가 지정한 현지 공식 대리점을 통해 판매된다”며 “현지 굴착기 구매자들은 가격뿐 아니라 부품 공급 속도와 정비 대응력을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UAE 굴착기 대리점은 판매뿐 아니라 부품 공급, 장비 임대까지 함께 맡는 경우가 많아 즉각적인 현지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 캐터필러의 경우 현지 공식 대리점을 통해 굴착기를 판매하고, 일본 히타치는 중동에 지역본부를 두고 제품 및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UAE에 80톤(t)급 초대형굴착기를 처음 수출하며 시장에 진출한 HD건설기계도 HYUNDAI와 DEVELON 브랜드를 현지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어 김 무역관은 “한국산은 일본산보다 저렴하고 중국산보다 비싼 중국 가격대에 있는만큼, 중국산과 경쟁하기보다 성능과 내구성, 부품 공급과 정비 대응력을 함께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k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