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사주 공개매수 관련 이사 책임 인정 안 해

영풍·MBK 측 “면죄부 안돼…상급심서 위법성 철저 규명”

지난 3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 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가운데, 주총장 입구에서 고려아연노조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지난 3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 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가운데, 주총장 입구에서 고려아연노조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영풍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해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1심에서 패소하자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외형적 절차와 경영 재량권만을 앞세워 자사주 공개매수가 고려아연의 재무 구조와 주주가치에 미친 실질적 해악을 간과했다는 이유에서다.

22일 영풍·MBK 파트너스 측은 재판부의 원고 패소 판결 직후 공식 입장문을 내고 “상급심의 엄정한 법리적 판단을 구하고자 즉각 항소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김석범)는 영풍이 고려아연 이사들을 상대로 낸 약 8370억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고려아연 이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영풍 측의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적대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외부 법률자문과 관련 가처분 결정, 매수 가격 조건 및 자금 조달 방안 등을 합리적으로 검토해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이에 영풍·MBK 측은 이번 1심 판결이 최 회장의 개인적 자리보전을 위해 감행된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위법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약 2조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하면서 1조6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차입금을 조달했고, 주당 89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하는 과정에선 회사에 8300억원 이상의 실질적 손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고려아연의 순현금 재무구조가 단숨에 대규모 순차입 상태로 전락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오로지 최윤범 사내이사 개인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과 재무적 안전판을 희생시킨 행위는 어떠한 외부 자문이나 형식적 절차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는 선관주의의무에 위배되는 부당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영풍·MBK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 상환 부담을 일반 주주에게 전가하려 했던 일반공모 유상증자 시도와 최 회장의 비상장 엔터테인먼트 기업 선행투자 의혹 등도 비판했다.

이들은 “개인의 자리보전을 위해 회사에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지우고, 그 청구서를 일반 주주들에게 넘기려 했던 일련의 과정은 당시 이사회의 결정이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며 고려아연 이사회 기능과 내부통제의 심각한 왜곡을 재차 제기했다.

또 “경영 재량이라는 명목으로 면죄부를 준다면 자본시장의 기업지배구조와 주주보호 원칙이 흔들린다”며 “최 회장과 이사진의 법적·경제적 책임을 끝까지 묻고 상급심에서 위법성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