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개 사업장서 법 위반 206건 적발…산재 신청 취하 유도 의혹 수사 착수
故 장덕준씨 사망 관련 김범석 대표 부적절 지시 확인…“공소시효 지나 불기소”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쿠팡 계열사 물류센터·배송캠프 105곳을 감독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05건을 적발했다.
61건은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144건에는 과태료 19억6000여만원을 부과한다. 근로기준 분야 위반 1건을 더하면 총 206건이다.
노동부는 22일 쿠팡,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쿠팡 계열사)에 대한 기획감독 결과와 2020년 10월 사망한 고(故) 장덕준 씨 관련 고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노동부는 감독 과정에서 산재은폐 정황 2건이 드러나 범죄인지 후 수사에 들어갔다. 합의금을 지급해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게 한 사례와, 관리자 면담으로 신청을 취하하게 하고 산업재해조사표를 내지 않은 사례다. 다만 해당 사업장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안전조치 위반도 다수다. 컨베이어 방호조치 미실시, 지게차 접촉방지 조치 미실시 등 59건은 범죄인지 후 수사한다. 산재조사표 미제출·지연 제출 25건에는 약 1억7000만원, 특수건강진단 미실시(10건)와 휴게시설 부적정(6건) 등 119건에는 약 17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계열사별로 쿠팡풀필먼트서비스 12억9000여만원, 쿠팡로지스틱스 6억3000여만원, 쿠팡 3000여만원이다.
또, 2024년 쿠팡로지스틱스 감독 이후 내려진 권고사항 가운데 3가지는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노동부는 3회전 배송 방식 개선, 소분류·상차 작업환경 개선, 프레시백 교체를 재차 지도한다.
장 씨 사건 수사에서는 당시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가 산재은폐 의혹과 관련해 부적절한 지시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노동부는 관련 자료를 직접 입수하고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 대표이사는 메신저로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비위행위로 해고되고 소송에서 패소한 전직 임원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관련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부적절한 지시가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발표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만 형사책임은 묻지 못한다. 산재은폐 공소시효는 5년으로, 사망일 기준 2025년 10월에 이미 만료됐다. 고발장은 2025년 12월과 2026년 1월에 접수됐다. 노동부는 공소청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계획이다.
오영민 노동부 안전보건감독국장은 “시효를 떠나서도 산안법상 은폐죄 적용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은폐죄는 발생 사실 미보고와 외부 누설을 막는 적극적 행위가 모두 필요한데, 장 씨 사건은 중대재해 발생 보고가 이뤄졌고 산재 승인 과정의 방해 행위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언론이 제기한 의혹은 사실로 확인했지만 은폐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근로기준 분야에서는 성과향상프로그램(PIP)으로 해고한 사례가 없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PIP 주요 내용을 취업규칙에 쓰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93조 위반으로 과태료 70만원을 부과한다. 퇴사자 명단(심사숙고 고려대상자 리스트)을 채용 참고자료로 쓴 사실은 확인했지만, 다른 회사의 취업을 방해하기 위한 외부 공유가 없어 취업방해금지(근로기준법 제40조)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쿠팡이 쿠팡로지스틱스 소속 배송노동자들의 업무에 실질적으로 지휘·명령하는 등 불법파견 관계에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감독을 벌였다. 그러나 노동부는 두 회사가 각각 소속 노동자에게 노선 배정과 업무 배치 등을 지시하고 배송 상품도 구분돼 있다는 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합의서에 제3자 누설금지 조항이 있고 연락이 닿지 않는 피해자가 많아 감독만으로 은폐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합의서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고도 밝혔다. 발표가 산업안전 감독 착수 7개월 만에 이뤄진 데 대해서는 “송구하다”면서, “법적 쟁점을 검토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산재 은폐와 미보고는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막을 뿐만 아니라, 재해 원인분석과 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를 차단해 유사 재해의 재발 가능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쿠팡에 “과로·야간노동·과중한 업무강도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노동부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며 필요한 사안들은 충실히 소명해가도록 하겠다”면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 유가족께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전했다.
한편, 노동부는 물류센터 전반을 내년 감독계획에 포함하고, 2027년까지 ‘산업재해조사표 작성 가이드라인’ 마련과 ‘산재보상 승인 사유 통보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fact0514@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