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규제가 바꾼 부동산 시장

가격상승·규제 문턱 아파트 대신

‘재개발 이슈’ 연립·다세대에 눈길

송파 가락동 등 경매물건 과열 양상

서울 아파트값 상승과 대출·실거주 규제로 투자 문턱이 높아지면서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빌라(연립·다세대주택) 경매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법원 경매는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돼 실거주 의무 없이 주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유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빌라 경매 시장 전반은 여전히 냉랭하지만 일부 정비사업 기대 물건에는 수십 명이 몰려 최저입찰가보다 수억원 높은 가격에 낙찰받는 등 과열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관련기사 4면

22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 ‘현대연립’ 두 채가 지난 19일 나란히 경매에 나왔다. 131㎡(전용면적)는 이날 최저입찰가 8억8800만원에 2회차 경매가 진행됐다. 낙찰가는 12억7770만원. 23명이 경매에 몰리며, 입찰가보다 4억원 가까이 더 썼다. 감정가(11억1000만원)보다도 1억원 이상 웃돈을 얹어 매수한 것으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15%다.

같은 날 빌라 157㎡도 최저입찰가 10억800만원에 이뤄진 2회차 경매에 7명이 응찰해 14억999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최저입찰가보다 5억원 가까이 높은 값으로, 감정가(12억6000만원)보다도 2억원 이상 비싼 값이다.

이는 강남3구에 속하는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데다, 정비사업을 추진했던 전례가 있어 향후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신축 아파트 조성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현대연립이 위치한 가락동 32번지 일대는 가락2지역주택조합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던 구역이다. 2024년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이후 구체적으로 확정된 정비계획은 없지만 향후 재개될 가능성을 염두한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서울 주요 입지에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알짜 빌라 물건으로는 응찰자가 몰리고 있다.

강동구 명일동 106 다세대주택 55㎡(대지면적 38㎡)는 지난 12일 감정가 4억9000만원에 첫 경매가 이뤄졌는데, 13명이 응찰해 5억8550만원에 낙찰됐다. 해당 주택은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연번이 부여된 구역에 속해 있다. 신속통합기획에 속하면 빌라도 토허제적용을 받지만, 경매는 예외다.

재개발이 추진 중인 마천2구역에 위치한 송파구 마천동 트라움바우 21㎡는 지난 12일 1회차 경매에서 감정가 3억26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높은 6억53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대지지분은 10㎡(3평)에 불과해 3.3㎡(평)당 2억원 넘는 가격에 낙찰된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마련한 규제가 오히려 주택 수요를 규제의 빈틈으로 몰아넣어 선택적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아파트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대체재로 정비사업 이슈가 있는 연립·다세대 시장으로 진입하는 양상”이라며 “송파 빌라 사례 또한 아파트 가격이 워낙 높아지다 보니 투자자들이 빌라로 눈을 돌린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일부 물건을 제외한 서울 빌라 경매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다세대주택의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24.9%에 그쳤다. 선호도가 낮은 일반 물건은 유찰이 거듭되고 있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10월 들어서 낙찰가율 등 경매 지표들이 떨어지는 추세인데 이런 분위기에 20명 넘게 몰린 건 드문 사례”라며 “빌라가 낙찰되는 경우는 재개발 호재가 있는 입지 좋은 물건이거나 낙찰자의 보증금 인수 부담이 없는 물건뿐”이라고 말했다. 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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