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적용 범위·성능·작동 조건 등 판단기준 구체화
가상 전문가 추천·딥페이크 활용 광고도 규율 대상
11월 11일까지 의견 수렴…법적 구속력은 없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을 실제로 사용하지 않고도 AI 제품으로 광고하거나 적용 범위·성능을 부풀리는 행위에 대한 부당광고 판단기준이 마련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공지능(AI) 관련 표시·광고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하고 내달 11일까지 기업과 소비자,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AI 기술의 활용이 확산되면서 실제 적용 여부나 성능을 부풀리는 이른바 ‘AI 워싱’과 AI로 생성한 가상 인물·후기, 딥페이크 등을 이용한 허위·과장광고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 실시한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9%는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라면 일반 제품보다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추가로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금액은 일반 제품 가격의 평균 21% 수준이었다. AI 적용 여부와 성능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이드라인은 AI 관련 부당 표시·광고를 거짓·과장, 기만, 부당한 비교, 비방 등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전기용품과 생활용품, 식품, 화장품, 교육·법률·금융 서비스 등을 대상으로 실제 상담·조사 사례를 재구성한 16건의 가상 사례도 제시했다.
AI 기술이 없거나 활용 수준이 단순·보조적임에도 주요 기능이 AI로 작동하는 것처럼 광고하면 거짓·과장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단순 센서 제어나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반응하는 기능은 AI로 보기 어렵지만, 학습·추론 기능을 수행한다면 AI에 해당할 수 있다.
AI 기술을 실제로 적용했더라도 작동 조건이나 성능의 한계를 숨기면 기만광고로 판단될 수 있다. 예컨대 로봇청소기의 AI 기능을 홍보하면서 전용 앱 설치·연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다.
AI로 생성한 가상 전문가나 소비자 후기를 실제 인물의 추천·경험인 것처럼 광고해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행위도 포함된다. 특히 식품·화장품·의약품 광고에서 AI 가상 전문가의 추천·보증은 다음 달 27일부터 금지된다.
객관적인 기준 없이 ‘타사 대비 ○배’ 등으로 성능을 강조하거나 실험실 측정 조건을 숨기면 부당한 비교광고로 판단될 수 있다. 기존 기술을 근거 없이 ‘구식’이나 ‘가짜’로 폄하하면서 자사 AI 기술을 ‘완벽’하다고 강조하는 행위는 비방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공정위는 사업자가 광고 전에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4단계, 8개 항목의 체크리스트도 마련했다. AI 기술의 실제 적용 여부와 적용 범위, 작동 조건, 성능에 관한 객관적 입증자료 확보 여부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은 AI 관련 광고에 새로운 규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표시광고법의 진실성·완전성·공정성·실증가능성 원칙을 AI 기술의 특성에 맞춰 구체화한 것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체크리스트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법 위반이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부당 광고 여부는 행위 유형 해당성과 소비자 오인성, 공정거래 저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공정위는 의견 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확정·배포하고, 기술 변화와 관련 심결례를 반영해 주기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y2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