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도 집행유예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무죄

‘탈북어민 강제 북송’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사진 왼쪽부터),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 [연합]
‘탈북어민 강제 북송’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사진 왼쪽부터),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동료 선원을 살해한 인물로 지목된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북송되도록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항소심에서 1심 선고유예가 파기돼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5-3부(부장 성언주·원익선·이희준)는 21일 오후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정 전 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으로 관계법령을 처리할 의무와 인권을 보호할 의무, 맡은 직책이 대한민국 최고위직으로 안보와 남북관계, 국민 기본권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그런데도 임무를 이행하지 않고 북한 주민들이 살인 범행을 자백했다는 것을 토대로 북송할 근거가 없이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2일 만에 결정했다”라고 했다.

이어 “북한 주민에 헌법상 보호 의무를 저버려 위법 지시에 동원된 하급공무원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고 법적, 도덕적 책임에 직면하게 했다. 그런데도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했다”라며 “다만 정 전 실장은 벌금 20만원 선고 외에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피고인들은 이례적 상황에 맞닥뜨려 합리적 판단을 못 한 점 등을 고려했다”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노 전 실장에 대해선 순차적, 암묵적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 범행에 공모하거나 본질적인 행위 지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범죄사실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인물로 지목된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추방했다.

정 전 실장 등은 2023년 3월 탈북 어민들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하고 이들이 국내 법령과 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지난해 2월 북한 주민 뜻에 반해 강제로 북한으로 송환해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법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행사를 방해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정 전 실장 등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에 대해 각 징역 10개월에 선고를 유예했고, 노 전 실장과 김 전 장관에 징역 6개월에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죄를 묻되 형 선고를 미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보는 제도다. 검사와 피고인 모두 항소장을 제출했다.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 김 전 장관 측은 항소심 선고 직후 “남북 분단의 특수성과 당시 긴박한 상황, 관계 법령 해석상 불확실성을 외면한 채 사후적인 기준으로 형사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례를 남길 수 있다”라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bel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