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시험대 오른 AI 투자

AI 인프라기업 ‘엘리스’ 상장 첫날 32% 급락

외신 “AI지출 투자자 우려 증폭” 이례적 주목

빚더미 코어위브에 앤트로픽까지 적자 쇼크

천문학적 자금투입 AI 수익성·미래성장 관건

코스피 지수가 21일 외국인·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 출발했다. 전날 급락 마감과 간밤 뉴욕증시 일부 상승 영향으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코스닥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임세준 기자
코스피 지수가 21일 외국인·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 출발했다. 전날 급락 마감과 간밤 뉴욕증시 일부 상승 영향으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코스닥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임세준 기자

수급 공백 우려에 직면한 국내 증시에서 시급한 과제는 외국인 투자 심리 회복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의 국내 증시의 특성상 이는 결국 AI 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전망에 달렸다.

최근 AI 산업은 혹독한 ‘수익성 검증’의 시험대에 올랐다. 코스닥 상장 첫날 30% 넘게 폭락한 한국의 엘리스그룹부터 천문학적 부채에 빠진 미국의 코어위브, 상반기에만 100조원대 순손실을 낸 앤트로픽까지 주요 AI 기업들이 흔들리면서 이는 글로벌 AI 위기론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국내 증시에서 거센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는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향후 국내 증시의 외국인 투심 회복도 결국 이 같은 위기론을 불식시킬 수 있는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AI 인프라 기업 엘리스그룹은 공모가(9만500원) 대비 32% 넘게 폭락하며 참담한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상장 이튿날인 이날 장 초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전날의 폭락 사태가 남긴 여파는 만만치 않았다.

특히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한국의 코스닥 상장사인 엘리스의 주가 폭락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헤베 첸 밴티지글로벌 선임 시장분석가는 “엘리스의 참담한 증시 데뷔(disastrous debut)는 ‘AI라면 무엇이든 사들이던 시대’가 ‘AI라면 무엇이든 의심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엘리스의 데뷔전 폭락은 AI 지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켰다”고 진단했다.

엘리스에 쏠린 외신의 이례적인 관심은 AI 수익성을 향한 글로벌 시장의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5년 코딩 및 소프트웨어 교육 플랫폼으로 출발한 엘리스그룹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AI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며 AI 인프라 기업으로 탈바꿈 중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의 수익 창출 능력 대비 공모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엘리스 외에도 최근 글로벌 AI 인프라 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 차질과 자금조달 비용 급등 등 투자심리 냉각을 보여주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코어위브가 대표적이다. 코어위브는 주가 급락과 막대한 부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코어위브의 주가는 지난해 6월20일 기록한 장중 전고점(187달러) 대비 전날 66.8%나 추락한 상태다. 빚을 내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려온 탓에, 고금리 장기화와 금리 인상 우려가 맞물리자 직격탄을 맞았다.

KB증권에 따르면, 코어위브의 올해 6월 말 기준 총차입금과 리스부채는 516억달러에 달해 시가총액을 웃돌았다. 최근에는 무담보 회사채 금리가 일시적으로 15%까지 치솟으며 주가가 15%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현금흐름 압박은 더욱 심각하다. 올 상반기 부채 상환에 쓴 현금은 약 62억달러로, 같은 기간 영업현금흐름(37억달러)을 넘어섰다. 설비투자(Capex) 규모가 올해 364억달러, 내년 47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올해 -270억달러, 내년 -317억달러, 2028년 -217억달러로 3년 연속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어위브 측도 “향후 투자를 위해 상당한 규모의 추가 부채나 지분 조달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역대급 규모의 IPO를 추진 중인 AI 모델 개발사 앤트로픽의 성적표도 시장의 수익성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2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해 보도한 증권신고서(S-1)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3억달러(약 21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11억달러) 대비 15배 급증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매출 성장에도 앤트로픽은 올 상반기에만 807억달러(약 107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손실(420억달러)의 두 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적자의 원인은 막대한 인프라 지출이다. 앤트로픽은 올해 상반기에만 연산 용량과 인프라 확보 등에 90억달러를 쏟아부으며 지난해 연간 지출액(73억달러)을 반년 만에 넘어섰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천문학적인 자금 투입이 계속돼야 한다는 점이다. 앤트로픽이 향후 지급해야 할 연산자원 계약 규모만 4500억달러로, 수백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3분기 매출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둔화하는 조짐을 보인 데다, AI 사고로 인한 손해 배상 가능성과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지역 사회의 반발 등도 향후 수익성을 위협하는 주요 리스크로 지목된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거물인 켄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투자자들이 현재 ‘거의 확실히’ AI 거품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며 “많은 기업이 AI 기술에 얼마나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지, 그러한 기술이 경제를 어떻게 바꿔놓게 될지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는 이 같은 AI 위기론이 최근 국내 증시의 외국인 투자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외국인 투자 이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외국인 매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되면서 자사주 매입 공백과 개인, 연기금의 제한적인 매수 여력이 하락을 증폭시키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