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역삼동 방화 “계획범죄”
방화범 이씨, 지난주 도구 구매
“특허법인 겁주려고 범행했다”
과거에도 같은 방식 범행해 실형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인접한 특허법인 2곳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해 19명이 다쳤다. 연쇄방화범 70대 이모 씨는 자신의 특허권 출원을 대리한 특허법인에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과거에도 같은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러 징역형을 받았는데, 형이 무겁다며 항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역삼동 연쇄 방화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수서경찰서는 21일 “야간에 진행한 1차 피의자 신문에서 피의자는 범행 사실을 대체로 시인했다”며 “피의자는 범행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공소청에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지난 16일 주거지 인근에서 플라스틱 말통 2개와 라이터, 인화물질을 구입하며 범행을 준비했다. 이후 20일 정오께 역삼동에 있는 신명빌딩과 한양빌딩에 입주한 특허법인 2곳을 찾아가 불을 내고 도망쳤다.
이씨는 조사 과정에서 “(특허법인 2곳이) 허위의 특허등록증을 발급하고 나에게 사기를 쳤다”며 “법인에 겁을 주고, 세상에 일을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특허법인에 대한 불만을 방화로 표출했다는 것이다.
이 화재로 1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긴급 후송돼 치료받았다.
당시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은 불길을 피해 건물 외벽 난간에 매달리거나, 창문을 깨고 나와 외부 휴게공간으로 피신했다. 화재 직후 사무실에는 그을린 자국과 함께 직원들의 혈흔이 뒤섞여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씨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2년에도 같은 사무실에 찾아가 유사한 방식의 범죄를 저질러 기소됐다. 당시 법원은 특수협박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1심 판결문에는 당시의 범행 정황이 등장한다. 이씨는 특허법인 측이 자신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고, 추가 비용을 부당하게 요구했다며 페트병에 휘발유를 담아 특허법인을 찾아갔다. 상담을 요청했고 느닷없이 직원의 얼굴과 상체에 휘발유를 뿌렸다. 직원이 도망가자 라이터를 손에 들고 불을 붙이려는 위협적인 동작을 했다. 이어 가위까지 휘두르며 위협했다고 한다.
그는 연이어 다른 특허법인 사무실도 찾아갔다. 같은 방식으로 직원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사기 치지 마라.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하며 가위를 휘둘렀다.
법원은 “추가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었던 매우 위험한 범행”이라고 실형을 선고했지만 이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고, 그는 상고장을 냈으나 대법원마저 상고를 기각했다.
범행의 발단이 된 이씨의 특허권은 운동기구다. 이 중 하나인 ‘균형잡이 운동기구’는 2019년 4월께 출원됐다. 좌우로 회전하는 긴 원통형 막대 위에서 균형을 잡는 기구다. 이 출원을 도운 특허법인이 불이난 신명빌딩에 위치한 특허법인이다.
이씨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은 이날 오전 2차 현장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발화 지점과 당시 경위 등에 대해 상세히 살펴볼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뿐 아니라 화재 피해자의 치료비 지원 등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20k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