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도 청년은 ‘47개월 한파’ 고용 이중절벽
수출 10억당 고용유발 5.4명→5.0명… 반도체 낙수효과 실종
청년 6명 중 1명은 ‘초단기 알바’… 첫 직장 시간제 비중 25%
정부, 내년 청년 고용 예산 41% 늘려 5.1조 투입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반도체 수출 호황이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청년 고용시장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취업 문은 좁아지고, 어렵게 일자리를 구해도 충분한 근로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청년 취업자 6명 중 1명은 주당 17시간 이하로 일하는 등 청년 고용시장이 ‘취업 기회 축소’와 ‘일자리 질 악화’라는 이중절벽에 직면했다.
21일 국가데이터처의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1~9월 월평균 취업자는 2888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만6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정부가 제시한 연간 취업자 15만명 증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은 10~12월 월평균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5만명씩 늘어야 한다. 올해 월별 최대 증가 폭이었던 2월(23만4000명) 기록을 3개월 연속 웃돌아야 하는 만큼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별 고용 성적표에서도 부진이 확인된다. 올해 1~9월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월평균 6만4000명 감소했다. 제조업은 5만1000명, 건설업은 3만7000명 줄었다.
반도체 수출 호황에도 제조업 전체의 고용 부진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산업 구조적 특성이 있다. 반도체는 대규모 설비투자와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생산과 수출이 늘더라도 신규 고용이 같은 비율로 증가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은행의 2024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수출 10억원당 취업유발 인원은 2023년 5.4명에서 2024년 5.0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수출의 생산유발 비중은 32.7%에서 35.1%로 높아졌다. 수출의 경제적 기여도는 커졌지만 단위 수출액당 고용유발 효과는 약해진 것이다.
청년층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9월 15~29세 청년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7000명 감소하며 47개월 연속 줄었다. 청년 고용률도 44.0%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산업 전체의 고용 위축뿐 아니라 산업 내부에서 청년 고용 비중이 낮아지고 상용직 신규 진입이 약화하는 현상도 청년 고용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취업한 청년들의 근로시간도 짧아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브리프’에 따르면 올해 8월 청년 취업자 가운데 주된 업무의 실제 취업시간이 주당 1~17시간인 비중은 16.0%로, 2016년 8월(7.9%)의 두 배를 넘었다. 같은 기간 해당 취업자는 31만5000명에서 55만명으로 23만5000명 증가했다.
숙박·음식점업의 청년 초단기 취업 비중은 2016년 19.3%에서 올해 41.4%로 22.1%포인트 상승했다. 도소매업도 7.2%에서 24.8%로 높아졌다.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진입하기 쉬운 서비스업에서 단시간 취업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단시간 취업이 모두 자발적인 선택인 것은 아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청년층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는 12만3000명으로 2024년 같은 기간(9만9000명)보다 2만4000명 늘었다. 2021년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많은 규모다.
이들은 주 36시간 미만 일하면서 추가 근로를 희망하고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는 취업자다. 실업자에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를 포함해 산출하는 고용보조지표1은 올해 1분기 10.7%로 공식 청년 실업률(7.4%)을 웃돌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5년 청년층 첫 일자리 중 시간제 비중도 25.0%에 달했다.
근로시간이 짧아지면 월소득 확보에도 제약이 생긴다. 특히 주당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는 주휴일과 연차유급휴가, 퇴직급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실제 취업시간이 주 17시간 이하인 청년 모두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재정 투입을 확대하고 있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내년 청년 일자리·창업 지원 예산은 올해 3조6000억원에서 5조1000억원으로 41.6% 늘어난다. 그러나 지난 9월 15~64세 고용률이 역대 최고인 70.6%를 기록한 반면 청년 고용률은 29개월 연속 하락하며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불안정한 신분의 비정규직이 여전히 많고 고령층 고용은 늘어나는 반면 청년층은 줄어드는 구조적인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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