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김광수 교수팀, 세계 첫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이식…2017·2018년 두 차례 수술

환자 8명 치료 목표로 후속 임상 진행…KIOST, 해양바이오 소재 활용 가능성 모색

김광수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파킨슨병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에서 만든 도파민 신경세포 전구세포를 뇌에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김광수 교수 세미나 발표자료]
김광수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파킨슨병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에서 만든 도파민 신경세포 전구세포를 뇌에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김광수 교수 세미나 발표자료]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파킨슨병 환자의 피부세포를 뇌 신경세포로 자랄 수 있는 세포로 바꿔 다시 환자의 뇌에 이식하는 치료법이 임상연구 단계에 들어섰다. 부족한 도파민의 작용을 보완해 증상을 줄이는 기존 약물치료와 달리 손상된 신경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실제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한 연구진은 현재 환자 8명 치료를 목표로 후속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지난 19일 제주연구소에서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김광수 교수를 초청해 파킨슨병 줄기세포 치료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고 21일 밝혔다.

김 교수는 하버드 의대 맥린병원 분자신경생물학연구실 소장으로, 환자 자신의 세포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해 파킨슨병 환자에게 도파민 신경세포 전구세포를 이식하는 연구를 이끌었다. 전구세포는 특정 기능을 가진 세포로 성장하기 전 단계의 세포를 말한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손발이 떨리거나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약물치료는 부족한 도파민의 작용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교수 연구팀은 환자의 피부에서 세포를 채취한 뒤 여러 종류의 세포로 변화할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만들었다. 이를 다시 도파민 신경세포로 자랄 수 있는 전구세포로 분화시켜 환자의 뇌에 이식했다.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신경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려는 시도다.

연구팀은 2017년 9월 8일과 2018년 3월 7일 한 명의 파킨슨병 환자에게 두 차례 세포이식 수술을 실시했다. 이후 뇌 영상검사와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이식 세포의 상태와 환자의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 결과는 2020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의 특징은 다른 사람의 세포가 아닌 환자 본인의 세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환자 맞춤형 세포이식을 진행했다. 다만 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만큼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임상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김 교수의 세미나 발표자료에 따르면 현재 파킨슨병 환자 8명 치료를 목표로 본인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환자별로 세포를 만들고 유전적 안정성과 품질, 안전성을 검증한 뒤 이식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앞서 파킨슨병 환자 4명으로부터 임상용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세포에서 분화시킨 도파민 신경세포를 생쥐에 이식한 실험에서는 최대 9개월 동안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이식 세포의 효과는 환자별로 차이를 보였다.

실제 치료법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식한 세포가 뇌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고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김 교수 연구팀은 세포를 뇌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직 손상과 면역반응이 이식 세포의 생존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연구팀이 참여해 202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세포이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면역반응을 조절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파킨슨병 동물모델에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를 함께 이식했을 때 도파민 신경세포의 생존율과 운동기능 회복이 개선된 것이다. 다만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발표자료에서 환자 한 명을 대상으로 한 이식 사례만으로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포이식이 파킨슨병의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으려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줄기세포 치료 연구성과와 함께 해양생물 유래 소재의 활용 가능성도 논의됐다. KIOST는 현재 ‘해양생물 기반 줄기세포 분화조절 소재 국산화 및 산업화 생태계 구축’ 사업을 통해 줄기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조절할 수 있는 해양바이오 소재를 발굴하고 있다.

KIOST는 김 교수 연구팀의 세포치료 연구 경험을 공유하고 해양생물에서 발굴한 물질을 줄기세포 연구에 활용할 가능성을 모색할 계획이다. 다만 해양바이오 소재를 파킨슨병 치료에 적용하는 것은 아직 연구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이번 세미나는 세계적인 줄기세포 석학의 연구성과와 경험을 공유하고, 해양유래 소재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해양과 의학이라는 두 분야의 연구자들이 공동연구를 이어간다면 바다에서 사람의 건강을 지킬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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