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력·전기 없이도 안약 전달
- 파킨슨병 환자·고령자 활용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도 버튼만 누르면 안약을 눈에 넣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비타민C와 베이킹소다의 화학반응으로 발생하는 압력을 이용해 안약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우주인의 눈 건강 관리뿐 아니라 손떨림이 심한 환자나 고령자의 자가 투약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 교수 연구팀이 분당서울대병원 우세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중력에 의존하지 않고 안약을 눈에 전달하는 웨어러블 패치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우주에서는 중력이 거의 작용하지 않아 지구처럼 안약을 눈에 떨어뜨리기 어렵다. 특히 장기간 우주에 체류하면 체액이 머리 쪽으로 이동하면서 눈의 구조와 시각 기능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 우주인의 눈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학반응으로 압력을 발생시키는 장치와 액체가 흐르는 미세 통로를 하나의 유연한 패치에 결합했다.
핵심은 비타민C와 베이킹소다의 화학반응이다. 비타민C인 아스코르빈산과 베이킹소다의 주성분인 탄산수소나트륨이 물과 만나면 이산화탄소 기체가 발생한다. 이때 만들어진 압력이 미세 통로를 따라 안약을 눈으로 밀어낸다.
사용자가 눈 주변에 패치를 부착하고 작동 부위를 누르면 안약이 전달되는 구조다. 별도의 전기 장치나 외부 펌프가 필요 없어 의료 장비 사용이 제한적인 우주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공간과 안약이 저장된 공간 사이에는 기체만 통과시키고 액체는 차단하는 필터를 배치했다. 이를 통해 반응 물질이 안약에 섞이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기체 압력은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은 중력 방향을 달리한 실험에서도 패치가 일정한 안약 방출 성능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사람이 직접 패치를 착용한 평가에서도 일반적인 점안 방식과 유사한 수준의 약물 전달 성능을 보였다.
다만 실제 우주 환경에서의 성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향후 우주 환경을 모사한 추가 실험과 실제 의약품을 이용한 안전성 검증 등이 필요하다.
이 기술은 지상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 파킨슨병으로 손떨림이 있거나 신체적 제약으로 안약 용기를 정확히 조작하기 어려운 환자, 고령자 등이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안약을 투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향후 다양한 안약 제형과의 호환성, 장기간 약물 보관 안정성, 반복 사용에 따른 안전성 등을 검증해 개인용 의료기기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정기훈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유연 안약 주입 패치는 별도의 복잡한 장비 없이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웨어러블 플랫폼”이라며 “향후 우주의학을 비롯한 다양한 환경에서의 의료 기술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센서스 앤 액추에이터스 B: 케미컬(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