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고기 없으면 밥 못 먹는데...”
한국인들의 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이미 쌀 소비량을 넘어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식재료로 등극했다.
그중에서도 유독 소비량이 많은 것은 ‘소고기’. 일본이나 중국보다도 훨씬 많은 양을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같은 식습관에 큰 문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바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특히 소고기는 다른 육류와 비교해서도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압도적으로 크다.
그렇다고 모두가 고기를 끊을 수는 없는 노릇. 한국의 경우 환경 보호를 위해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법은 ‘채식’뿐만 아니다. 고기를 먹는 습관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식생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절반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육류 사랑은 남다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연간 육류 소비량은 61.4kg로 쌀(55.8kg)보다 확연히 많았다. 약 40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아직까지도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식생활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한국인 1명이 육류를 소비하면서 발생시킨 온실가스는 연간 약 1115㎏으로 추정됐다.
이를 국내 전체 육류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5694만톤에 달한다. 국내 전체 석탄화력발전소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교하면 약 34%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소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소고기는 전체 육류 소비량의 24.4%에 불과했지만, 육류 소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에서는 55.5%를 차지했다. 전체 고기 소비량의 4분의 1가량에 불과한 소고기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는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고기 소비량은 주변 국가들과 비교해 높은 편. 지난 2024년 기준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소고기 소비량은 15㎏이었다. 반면 일본은 5.9㎏, 중국은 3.9㎏에 그쳤다.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약 2.5배, 중국인보다 약 3.8배 많은 소고기를 소비한 것이다.
같은 무게를 기준으로 소고기는 돼지고기보다 약 4.4배, 닭고기보다 약 10.8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소의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에 머무는 기간은 짧지만, 같은 양을 기준으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효과가 훨씬 강하다.
쉽게 말해, 고기를 많이 먹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에 나쁜 고기를 중심으로 섭취하고 있다는 것. 이에 지속가능한 식생활을 위한 식단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 한국리서치가 지난 7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 채식주의자라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5%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경우는 많지 않았다.
스스로 채식주의자라고 답한 사람 가운데 80%는 붉은 고기를 먹는다고 응답했다. 채식을 실천한다고 하더라도 육류를 완전히 끊는 경우는 많지 않은 셈이다. 특히 향후 채식을 실천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65%에 달해, 채식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육류를 극단적으로 끊기보다, 종류 및 양에 변화를 주는 방식의 맞춤형 식단이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온전히 ‘채식주의’를 추구하지 않더라도, 조금의 식생활 변화만으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대학교와 명지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지난 9월 29일 국제학술지 ‘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에 한국 성인의 식생활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식단을 설계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한국 성인 3983명의 식생활 자료를 활용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고기를 아예 먹지 않는 식단이 아니었다. 한국인들이 기존에 즐겨 먹던 음식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환경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식단을 찾는 것이 핵심이었다.
설계 결과,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기존 한국 성인의 식단에서 발생하는 하루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4.29㎏으로 분석됐다. 반면 연구진이 설계한 식단에서는 이 수치가 2.19㎏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무려 80%에 해당하는 1.68㎏이 붉은 고기 부문에서 줄어든 배출량이었다.
주목할 점은 그만큼 고기 섭취량을 줄인 게 아니라는 것. 기존 한국 성인의 하루 평균 붉은 고기 섭취량은 81.1g이었다. 연구진이 설계한 식단에서는 이 양이 49.1g으로 줄었다. 하루 약 32g, 기존보다 39.5% 줄이는 방식이다.
줄어든 육류 섭취량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크게 줄어든 것. 이는 붉은 고기에도 종류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 쉽게 말해,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선택하는 등 작은 노력만으로도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이 이처럼 고기 소비를 줄이고, 종류를 바꾸는 식의 식단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저탄소 식단에 대한 실천 의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솔루션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저탄소 식단 인식 조사에서는 향후 저탄소 식단을 실천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76%에 달했다. 저탄소 식단과 대체식품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81%로 나타났다.
문제는 실제 식생활을 바꾸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조사에서 저탄소 식단을 실천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사람들은 익숙한 식습관과 맛·식감에 대한 우려, 높은 가격 등을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조사 결과는 저탄소 식단과 대체식품이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으며, 이제 정부 및 기업이 협력하여 이를 뒷받침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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