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업체 도시·읍 지역 집중…면 지역 생활서비스 공백 심각
상하수도·보일러 95.1%·전기수리 94.2% 미충족…주민 운영체계 필요
KREI “시설 확충 넘어 주민 주도 생활서비스 운영체계 구축해야”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농촌 주민 10명 중 3명가량은 문고리나 방충망 교체 등 간단한 집수리가 필요하지만, 정작 필요한 주민의 94.4%는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고치고 싶어도 가까운 곳에서 수리 서비스를 구하기 어려운 농촌의 열악한 생활 여건이 배경으로 꼽힌다. 수리업체 등 생활서비스 시설이 도시와 읍 지역에 집중된 데다 인구 감소로 민간 서비스 공급 기반까지 약해지면서 특히 면 지역의 생활서비스 공백이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2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저출생·초고령화에 대응한 농촌정책의 전환(2/2차 연도)’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 주민의 생활서비스 필요와 이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주거환경 개선 서비스의 미충족률은 대부분 90%를 넘었다.
간단한 집수리가 필요하다고 답한 주민은 전체의 31.8%였다. 그러나 서비스 이용률은 5.6%에 그쳤고, 미충족률은 94.4%에 달했다. 간단 집수리에는 문고리와 방충망, 세면대 수리, 전구·형광등 교체 등이 포함된다.
상하수도·동파·보일러 관련 서비스는 필요도가 28.0%, 이용률은 4.9%로 나타났다. 미충족률은 95.1%로 주거환경 개선 조사 항목 가운데 가장 높았다. 누전·가스차단기·전기 수리 역시 필요도는 33.1%였지만 이용률은 5.8%, 미충족률은 94.2%였다.
도배와 실내 장판 교체도 사정은 비슷했다. 필요하다는 응답은 31.2%였지만 이용률은 6.6%에 머물렀다. 미충족률은 93.4%였다. 안전손잡이·계단 난간 설치 서비스도 필요한 주민 가운데 92.6%가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에서 집수리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생활서비스 공급시설의 지역적 편중이 지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생활업종 사업체의 81.2%가 도시에 집중돼 있다. 농촌 안에서도 서비스 시설이 읍 지역에 몰려 면 지역은 여러 생활업종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구 감소로 민간업체가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점도 농촌 생활서비스 공급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집수리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도 부족했다. 쓰레기·폐기물 처리 서비스의 미충족률은 87.2%였고, 반찬 지원·장보기는 86.0%로 집계됐다. 청소·세탁은 83.6%, 이동·외출 지원은 83.5%, 공동급식은 80.4%였다.
문화·여가 분야에서도 서비스 수요와 이용 사이에 격차가 확인됐다. 건강교실은 농촌 주민의 41.1%가 필요하다고 답해 조사 항목 가운데 필요도가 가장 높았지만 이용률은 29.8%였다. 문화·여가 활동 지원은 필요도 35.2%, 이용률 29.7%였고, 도서 대여는 각각 27.5%, 16.3%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농촌의 생활서비스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설 확충에만 의존하는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구 감소로 민간사업자가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주민조직이 직접 서비스를 운영하고 공급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복합화하고 읍·면 단위 거점에 서비스를 집중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주민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설 설치비뿐 아니라 운영비와 인건비 등 경상비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섭 KREI 선임연구위원은 “저출생·초고령화 시대의 농촌정책은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데 머물기보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주민들이 필요한 돌봄과 생활서비스를 누리고 농업과 지역사회가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읍·면 단위 주민조직을 정책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등 농촌 현장에 맞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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