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韓경제 ‘긍정적 아이솔레이션’ 평가
IMF, 내년 예산안 확장 아닌 중립기조 인식
정책 효과 반영시 IMF 성장 전망 상향 여지
[헤럴드경제(방콕)=양영경 기자] 최지영 국제통화기금(IMF) 이사는 “선진국 중에서 재정 여력이 늘어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한국은 성장잠재력을 계속 키워나가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IMF 실무진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는 15일(현지시간)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태국 방콕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동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가 간 무역 갈등으로 세계 경제가 하방 압력을 받는 가운데 한국은 인공지능(AI) 산업의 수혜로 성장 전망이 개선되고 재정 여력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는 이처럼 한국의 차별화된 경제 여건을 “긍정적인 아이솔레이션(isolation·고립)”이라고 표현했다.
IMF 내부에서도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소개했다. 과거 IMF 이사회에선 문제점이 주로 지적됐던 것과 달리 이번 세계경제전망(WEO)과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전망(REO) 논의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 이사는 “실무진들이 설명할 때마다 ‘특히 한국은’이라는 이야기를 계속한다”며 “IMF 실무진이나 이사회에서는 한국을 너무 부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IMF는 관세 갈등과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대외 불확실성 등에 대비해 각국에 긴축적인 재정 운용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재정 여력이 확대된 만큼 다른 선진국과 동일한 정책 처방을 적용하기 어려워졌다고 최 이사는 설명했다.
최 이사는 “IMF의 기본적인 정책 조언 기조 자체가 한국에는 맞지 않는다”며 “IMF 총재와 아시아·태평양국장 등을 만나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고 아시아·태평양국도 한국의 특수성을 잘 인식하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서는 IMF 내부에서 확장적이 아닌 중립적인 재정 기조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는 “내년 예산안은 중립적으로 본다”며 “재정수입이 많이 증가하지만 재정지출 증가는 12.8%이며 일부는 국채를 상환하고 미래대응기금으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적립한다”고 말했다. 정부 수입이 전년보다 30% 이상 늘어나는 데 비해 지출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확장적 재정 기조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최근 REO 브리핑에서도 한국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긴축적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질의가 있었지만,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한국의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최 이사는 전했다.
다만 이런 판단은 IMF 내부의 인식이라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오는 11월 시작될 한국과의 연례협의 과정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 이사는 늘어난 세수를 모두 국가채무 상환에 투입하는 것이 반드시 합리적인 재정 운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기업이 갑자기 수익이 증가했다고 해서 있는 부채를 다 갚아 레버리지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 합리적인 재무관리는 아닐 수 있다”며 “앞으로 이 기업이 더 성장하고 시장점유율을 늘려갈 수 있는 투자를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업 내역을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내년에 일부를 지출하고 약 60%를 이후를 위해 적립하는 구조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 이사는 지난 4월 IMF가 한국의 2030년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3.1%로 전망하면서 재정건전성 우려가 제기된 데 대해 “IMF의 국가채무 전망은 계속 변해왔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국가채무 규모가 GDP의 50%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경우에는 성장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국가채무 전망이 굉장히 달라진다”며 “국가채무비율 자체나 전망에 너무 집착하기보다는 앞으로 얼마나 더 혁신적인 분야에 투자하고 성장을 해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향후 정책적 투자에 따른 성장 효과가 IMF 전망에 반영되면 전망치가 개선될 여지도 있다고 봤다.
최 이사는 “정책적 요인에 의해 성장률이 올라가는 부분은 지금 IMF가 발표한 성장 전망 데이터에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며 “그런 측면에서 약간 보수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앞으로 그게 반영된다면 더 좋은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AI·반도체 호황과 관련해서는 IMF가 대외적으로 위험 요인을 강조하면서도 투자 확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 이사는 “AI 붐이 내년이나 내후년에 당장 꺾일 것이냐에 대해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며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경쟁적으로 짓고 있는데 건설에 10년 정도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AI 투자가 단기간에 무의미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AI 관련 투자 확대에 따른 금융시장 위험은 경계했다. AI 관련 자금조달 비중이 과거 3%에서 최근 19%로 높아진 가운데 호황이 꺾이면 주식 등 자산가격과 개별 기업의 수익성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경상수지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최 이사는 “IMF 입장에서는 위험 요인을 지적해야 한다”면서도 “너무 이 부분을 우려해서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중동 분쟁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맞서 석유최고가격제 등을 시행한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이사는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했던 것 같다”며 관련 조치가 국민과 기업이 겪는 경제적 고통을 분산하는 ‘평탄화’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연료 보조금에 대한 IMF의 부정적 평가가 있었다는 지적에는 대부분 국가의 재정 여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은 한시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취약계층 등 꼭 필요한 대상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IMF의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 이사는 “이를 부정적으로 보기는 어렵고 IMF도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 같다”며 “각국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지원은 한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y2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