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압 장비없이 스프레이 한 번으로 섬유 형성·코팅 동시 구현
- 3만회 반복 작동 성능 유지, 스마트 도어락·웨어러블 센서 활용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고전압 장비 없이 스프레이로 뿌리기만 하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섬유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손은호·김주현 책임연구원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배진우 교수 공동연구팀이 서로 다른 고분자를 혼합해 스프레이로 분사하는 방식으로 자가발전 섬유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기존에 여러 단계로 나눠 진행하던 섬유 형성과 표면 코팅을 단 한 번의 스프레이 공정으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자가발전 섬유는 서로 다른 물체가 접촉했다 떨어질 때 발생하는 마찰전기를 이용한다. 일상적인 움직임에서 전기를 얻을 수 있어 배터리가 필요 없는 센서와 차세대 전자소자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는 고전압 장비를 이용해 가느다란 고분자 섬유를 만든 뒤 전기 누출을 방지하기 위한 별도 코팅 작업까지 거쳐야 했다.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넓은 면적에 균일하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전자를 끌어당기는 성질이 강한 불소계 고분자 ‘P(VDF-TrFE)’와 전기를 잘 붙잡아 두는 실리콘계 고분자 ‘PDMS’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두 고분자를 섞어 스프레이로 분사하면 분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힘으로 고분자 사슬이 늘어나고 정렬된다. 이후 용매가 빠르게 증발하면서 전기 생성에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진다.
특히 스프레이로 뿌린 고분자가 마르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 자연스럽게 배열되는 ‘자가층화’ 현상이 나타났다. PDMS는 섬유 바깥쪽에, P(VDF-TrFE)는 안쪽에 주로 자리 잡으면서 별도의 코팅 없이도 전기 누출을 억제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자가발전 섬유는 최대 290볼트(V)의 전압과 7.5마이크로암페어(㎂)의 전류, 제곱미터당 1.23와트(W)의 전력밀도를 기록했다. 특히 3만회에 걸친 접촉과 분리 실험에서도 초기 수준의 출력 성능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실제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가발전 섬유를 적용한 스마트 도어락 시제품도 제작했다. 12개의 마찰전기 센서로 구성된 키패드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별도 센서 전원 없이 입력 신호를 감지해 잠금장치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손글씨 인식 패드, 스마트 도어락, 웨어러블 센서 등 사람의 움직임이나 접촉을 감지하는 다양한 기기에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사물인터넷(IoT) 기기용 에너지 수확 장치로의 응용 가능성도 제시했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연구실 수준의 스프레이 기술을 연속식 대량생산 공정으로 확대하고,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발생하는 성능 저하를 개선해야 한다. 생산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활용하기 위한 전력 관리 기술도 필요하다.
배진우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대면적 자가발전 센서와 웨어러블 전자소자 제조 공정을 단순화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석민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국내에 연구기관이 드문 불소 소재 분야에서 화학연이 쌓아온 역량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컴포지츠 앤드 하이브리드 머티리얼즈(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 9월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