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형 vs. 변동형 선택에 희비 엇갈려
한국은행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변동형 대출금리 급등
6개월 전 고정금리 앞지르는 경우도 발생
연말 예적금 가입 수요에 신규코픽스 더 오를 듯
신규 대출 차주는 고정형 유리
기존 변동형 차주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3년 채워야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직장인 이 모 씨는 지난 4월 꿈에 그리던 내 집 마련에 성공했습니다. 대출 금액은 4억원에 변동형 금리를 택했습니다. 고정금리로 금리 상승 리스크를 제거하고 싶었지만 대출 금리가 높은 것이 부담이었습니다. 중동 상황 등 시장 사정이 나아지면 금리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반년 만에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습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6개월 금리 조정 주기가 도래하면서 대출금리가 올랐고, 이제는 대출 계약 당시 선택지에 있었던 고정형 대출보다도 금리가 높아졌습니다. 그는 “금리가 이렇게 오를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고정금리를 선택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데 정말 걱정된다”고 토로했습니다.
10월 들어 은행권 변동금리 대출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가 급등하면서 대출 차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기존 변동형 차주는 물론, 부동산 매입을 서두르는 이들도 변동형과 고정형 가운데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할지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헤럴드경제가 변동형 대출금리가 오른 배경과 향후 대출 전략을 짚어봤습니다.
한국은행의 2연속 기준금리 인상, 예견된 코픽스 상승세
은행연합회는 지난 15일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3.43%로 집계됐다고 공시했습니다. 2024년 6월 3.52%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전월 대비 0.25%포인트 오른 수치로, 상승폭 기준으로는 2022년 11월 0.36%포인트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대입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은행권도 예금금리를 빠르게 올렸기 때문입니다. 연초까지만 해도 연 2%대 후반이던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어느덧 연 4%대 초반까지 상승했습니다.
코픽스란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를 말합니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화가 반영됩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채 금리가 오르는 와중에 정기예금 금리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하면서 코픽스도 상승한 것입니다.
4월에 고정금리 선택했더라면…속쓰린 변동형 대출자
코픽스가 큰 폭 오르면서 당장 이달 16일부터 금리 조정 주기가 도래하는 차주의 상환 부담은 불어나게 됐습니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준거금리로 삼는 변동형 대출은 통상 6개월마다 금리가 조정됩니다. 지난 4월 16일 2.81%였던 신규 코픽스가 10월 16일 3.43%로 오르면서, 당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이번 금리 조정 주기부터 대출금리가 0.62%포인트 상승하게 됩니다.
가령 4월 16일 연 4.7%에 4억원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차주의 경우 여태까지는 매달 208만원의 원리금을 내면 됐지만, 10월 16일부터 금리가 연 5.32%로 조정되면서 원리금도 222만6000원으로 늘어납니다.
특히 이 씨의 사례처럼 신규 대출 계약 당시 받을 수 있었던 고정형 대출보다 더 높은 금리를 물게 된 차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헤럴드경제는 신규 코픽스를 적용하지 않는 신한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올 4월 16일 금리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당시 변동금리 하단에 이번 금리 조정분(0.62%포인트)을 반영한 결과, 조정된 금리가 4월 16일 고정금리 하단을 웃돈 은행은 세 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단 금리 기준으로는 한 곳이 웃돌았으며, 나머지 세 곳 중 2개 은행도 격차가 0.1%포인트 이내로 좁혀져 사실상 금리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같은 금액을 빌렸다고 가정하면, 현재 변동형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들이 6개월 전 고정형을 선택했을 경우 지금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적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변동형을 선택한 차주들은 당시 고정형 차주보다 상환 부담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추가 금리 상승 위험까지 여전히 떠안고 있는 셈입니다.
‘낮다고 얕봤던’ 변동금리의 역습…상승세 지속 전망
금융권에서는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형이 유리하다’는 말이 정설처럼 통합니다. 시장금리인 금융채를 준거금리로 삼는 탓에 후행 지표인 코픽스 대출과 비교해 금리가 높지만, 동일 금리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금리 상승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금리상승기엔 고정형 대출을 장려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고정형 대출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탓에 차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7월 16일 기준 4대 은행의 고정형과 변동형 대출금리 상단 격차는 최대 0.99%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해 10월 94%에 달했지만, 올해 7월에는 31.9%까지 떨어졌습니다.
통상적인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폭이 0.25%포인트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차이가 이처럼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차주들이 변동형으로 쏠린 것도 무리는 아니죠.
금융권 대출 전문가들은 이번 코픽스 상승을 기점으로 변동금리의 역습이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상 연말에는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가입자가 늘어나는데, 최근에는 주식시장 조정 영향으로 평소보다 가입자가 늘어날 전망입니다. 예금 가입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조달비용이 많아진다는 뜻이니 코픽스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은행채 금리도 변수입니다. 생산적 금융 등으로 자금 수요가 커진 은행들이 지난해보다 채권 발행량을 늘렸습니다. 은행 간 경쟁이 붙으면서 조달 비용이 불어날 수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물 금리는 오를 만큼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향후 단기물인 코픽스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정부의 부채 문제와 인플레이션, 중동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 등 변수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신규 대출자는 ‘고정형’ 유리…기존 변동형 차주는 일단 3년 채워야
은행권 대출 전문가들은 지금 시점에서 부동산 막차를 타려는 ‘신규 대출’ 차주라면 고정형 대출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라고 조언합니다.
두 상품의 금리 차이가 좁혀진 만큼, 일단 고정형 대출을 통해 금리 상승 리스크를 제거한 후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3년 후에 금리 상황을 보고 변동형으로의 대환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코픽스 발표로 고정형과 변동형 상단 금리 격차는 좁혀졌습니다. 10월 16일 기준 4개 은행의 고정형과 변동형 상단금리 차이는 최대 0.57%포인트로 7월 16일과 비교하면 큰폭 줄었습니다.
고정형의 경우 스트레스 DSR 차등 적용 효과로 변동형 대비 금리가 더 높더라도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A시중은행에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연봉 1억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 변동형(신규코픽스 기준 대출금리 연 5.1%)의 한도는 4억5000만원으로 계산됐습니다. 반면 고정형(금융채 기준 연 5.5%)의 경우 총한도가 5억1645만원으로 6600만원가량 많았습니다.
다만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은 만큼, 주택 매입이 시급하지 않다면 시장을 지켜보다 내년 초에 매입을 검토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설명합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각 은행에 새로운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부여되는 만큼, 은행권이 마케팅 차원에서 금리를 더 낮출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김은진 레오대출연구소 대표는 “당장 한도가 필요하면 고정금리를 선택한 후 3년 후에 갈아타면 된다”며 “연말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급한 것이 아니라면 내년에 다시 대출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기존 변동형 차주들은 선택지가 제한적입니다. 중도상환수수료와 향후 금리 전망을 같이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3년부터 채우고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현재 5대 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은 평균 0.65% 수준입니다.
모 은행 관계자는 “금리 차이가 좁혀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고정형 대출 금리가 높은 상황”이라며 “아직 3년이 안 됐다면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물고 갈아타야 한다”고 했습니다.
hy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