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원짜리 ‘신체 나이 검사’ 인기에도
수면·식사시간 따라 검사결과 달라질 수도
전문가 “검사수치 맹신 금물…정확성 한계”
“혈당·콜레스테롤 등 일반 건강검진이 더 유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수십만원을 들여 개인의 신체 나이를 측정하는 ‘생물학적 나이 검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실제 나이와 다른 신체의 노화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일상적인 생활습관에 따라서도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데다 개인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생물학적 나이 검사이 장수·노화 연구에서는 유망한 도구로 평가받지만 일반 소비자가 건강 관리에 활용하기에는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진단했다.
생물학적 나이는 출생 이후 흐른 시간을 의미하는 ‘연대기적 나이’와 달리 신체가 실제로 얼마나 노화했는지를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같은 50세라고 하더라도 한 사람의 신체는 평균적인 40대와 비슷한 상태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신체는 60대에 가까운 노화 수준을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의 루이지 페루치 과학책임자는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으면 건강에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위험이 높다”며 “반대로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적으면 이러한 건강 위험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널리 알려진 생물학적 나이 검사는 DNA의 화학적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 대표적으로 ‘DNA 메틸화’라는 현상을 활용한다. DNA 메틸화는 특정 유전자의 활성화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적 변화로, 나이가 들면서 일정한 패턴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노화 측정 기술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물학적 나이 검사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개인에게 적용할 때의 정확성과 신뢰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예일대 의대의 앨버트 히긴스첸 정신의학·병리학 조교수는 “검사받는 시간대와 마지막 식사 시점, 전날 수면의 질 등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동일한 사람이 검사를 받더라도 검사 당시의 신체 상태와 생활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생물학적 나이가 산출된다는 문제도 있다. 페노에이지를 개발한 모건 레빈 박사는 “한 사람이 여러 종류의 생물학적 나이 검사를 받으면 각각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며 “검사마다 측정하는 생물학적 특성이 조금씩 다른 데다, 특정 연령대의 평균적인 노화 수준을 설정할 때 사용한 데이터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레빈 박사는 “사람들이 검사 결과로 나온 숫자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
생물학적 나이 검사의 또 다른 한계는 검사 대상이 신체 전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DNA 기반 생물학적 나이 검사는 주로 혈액에서 추출한 백혈구의 DNA를 분석한다. 그러나 백혈구의 변화가 뇌와 간, 췌장 등 다른 장기의 노화 상태를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스탠퍼드대 신경학 교수인 토니 와이스코레이는 “혈액세포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측정할 수 있지만 뇌의 신경세포나 간세포, 췌장세포에서 일어나는 변화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NYT는 “결국 생물학적 나이 검사는 노화 과정을 이해하고 치료법의 효과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기술로 발전하고 있지만, 현재 단계에서 개인의 건강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에는 이르다”며 “전문가들은 검사 결과의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 금연 등 검증된 건강 관리 습관을 실천하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실제 위험 요인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회성 검사는 실질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버드 의대 산하 마커스노화연구소의 라가브 세갈 연구책임자는 “생물학적 나이 검사는 예방의학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미래와 같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동일한 검사를 장기간 반복적으로 받으면 건강 변화를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다. 히긴스첸 교수는 “노화는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이라며 “이러한 검사의 진정한 가치는 수년에 걸쳐 건강이 언제, 어떻게 변하는지를 포착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면 기존의 정기 건강검진을 활용하는 편이 더 유용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의료센터의 모하마드 아르판 이크람 역학 교수 “콜레스테롤과 혈당 등 일반적인 검진을 먼저 받을 것을 권한다”면서 “직접적으로 개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문제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