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케이티 재커라이어 신임 백악관 대변인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적이 없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변호사’로 소개한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재커라이어 대변인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 장시간 인터뷰 내용을 이같이 보도했다.
취임 나흘째를 맞은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이날 보수 성향 매체 ‘리얼 아메리카스 보이스’ 방송에 출연해 취임 직후부터 불거진 여러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진행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선호하는 극우 인플루언서 중 하나인 잭 포소비엑이었다. 그는 민주당 엘리트와 아동 성범죄를 엮은 음모론을 퍼뜨리며 유명해진 인물로, 재커라이어 대변인도 한때 이런 주장 확산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인터뷰에서 변호사 시험을 치렀지만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변호사(attorney)’라고 소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년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변호사 시험에 떨어졌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조롱한 바 있다. 이후 두 사람은 모두 시험에 합격했다.
논란의 핵심은 호칭이다.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스스로를 ‘변호사(lawyer)’로 칭해 왔고, 이러한 경력 표기가 문제가 없다는 그의 해명도 ‘lawyer’과 ‘attorney’가 다르다는 논리에 기댔다.
'attorney'는 주로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갖추고 법정에서 의뢰인을 대리하거나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전문가를 뜻한다. 반면 'lawyer'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학 학위를 취득한 사람을 통칭하는 보다 넓은 의미의 단어라는 주장이다.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나는 법률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attorney at law)인 것처럼 행동하거나 소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 시각은 다르다. NYT에 따르면 다수 법률 전문가는 "면허가 없는 만큼 두 호칭 모두 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방판사 출신으로 버클리 사법연구소를 이끄는 제러미 포걸은 “캘리포니아주 법률에 따르면 변호사 활동을 하거나 그럴 자격이 있다고 내세우려면 주 변호사협회로부터 면허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스쿨 졸업자가 법률 교육을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법은 이들이 스스로 변호사라고 내세울 권한까지 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지난 14일 NYT에 모교인 페퍼다인대 총장이 방송에서 변호사로 소개해도 된다고 조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해당 분야의 많은 사람에게 아주 오랫동안 자문했고, 전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어느 총장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2011년 페퍼다인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당시 이 대학 총장은 앤드루 벤턴이었으며, 벤턴 전 총장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자신이 조언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재커라이어 대변인을 “높은 청렴성을 지닌 젊은 여성”이라고 평가했다.
2019년 취임한 짐 개시 현 총장 측도 사적인 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면서도 “페퍼다인은 케이티가 동문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인터뷰에서 급박하게 진행됐던 발탁 과정도 공개됐다.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지난 수요일 어린 아들과 호박밭에 갔다가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전화를 받고 아주 기뻤다”며 “곧바로 목요일에 워싱턴으로 날아가 금요일에 대통령을 만났고, 바로 그날 대변인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에는 기내용 가방 하나만 들고 와 호텔에 묵고 있었던 터라, 다음 날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여행 가방 두 개를 새로 쌌다”고 했다. 월요일은 연방 공휴일이었지만 대통령이 출근을 요청해 사무실에 나왔고, 이튿날 아침 곧바로 기자실에 섰다.
지난 13일 진행됐던 데뷔 브리핑이 6분도 안 돼 끝난 이유도 해명했다. 질문을 받은 매체는 단 세 곳뿐이었다. 그는 통상 오후 1시나 1시 30분께 열리는 브리핑에 맞춰 대변인이 준비할 시간이 충분한데 자신은 “화요일 새벽 3시에 일어나 가진 자료로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브리핑을 짧게 마친 이유에 대해 “대통령이 최고의 대변인인 만큼 마린원으로 이동하며 기자들과 대화할 시간을 존중하려 한 것이고, 대통령은 마린원(미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에 탑승하러 가는 길에 기자들과 즉석 문답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며 “브리핑을 짧게 진행한 것은 전적으로 내 의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는 점은 의식하는 듯했다. 재커라이어 대변인은 “지금은 대통령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만 지켜보고 있다”며 “대통령이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더 널리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엑스(X·옛 트위터)도 인스타그램도 TV도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포소비엑이 미국 유명 정치 풍자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가 곧 자신을 풍자할 것 같다고 하자 “그런 일이 벌어질 건 알고 있다”면서 “스칼릿 조핸슨 같은 배우가 연기 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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