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안경 착용 땐 내년 수능 응시도 제한

단순 소지도 시험 무효…검사 거부 땐 심의

대학별 고사는 제재 제각각…형평성 논란

감독관 육안 검사 의존에 교사 부담 가중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을 착용했다가 시험장에서 퇴실 당하고 있는 학생. [AI로 제작]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을 착용했다가 시험장에서 퇴실 당하고 있는 학생. [AI로 제작]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을 착용하다 적발되면 해당 시험이 무효 처리되고 이듬해 수능 응시자격까지 제한된다.

시험장에 스마트안경을 단순히 소지한 경우에도 시험이 무효가 되며, 감독관의 안경 확인 요구를 거부하면 중대한 부정행위가 된다. 최근 대학 수시 논술시험에서 AI 안경 부정행위가 잇따르자 교육당국이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지만 실제 기기 식별과 부정행위 판단은 현장 감독관의 몫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전날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유의사항’과 관련 동영상을 공개했다. 유의사항에는 스마트안경의 착용 여부뿐 아니라 소지와 감독관의 확인 요구에 불응하는 행위까지 구체적인 제재 기준이 담겼다.

평가원은 스마트안경과 스마트워치 등 무선기기를 1교시 시작 전 제출하지 않고 시험 중 착용하면 교육부 훈령인 수능 관리규정 제19조의 ‘부정행위 3호’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이 경우 해당 연도 수능 성적이 무효가 되고 다음 연도까지 응시자격이 정지된다. 스마트안경을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시험장에서 단순히 소지한 사실이 적발되면 ‘부정행위 9호’에 따라 해당 시험이 무효 처리된다.

감독관의 확인 요구를 거부하는 행위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평가원은 수험생이 스마트안경 확인 요구에 불응하면 심의를 거쳐 중대한 부정행위에 준하는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감독관은 본인 확인이나 시험시간 등을 활용해 안경 점검을 요구할 수 있으며, 수험생은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놓고 확인에 협조해야 한다.

교육부는 전날 전국 4년제 대학에도 스마트안경 식별 요령과 검사 방법 등이 담긴 감독관 대응 자료를 배포했다. 최근 연세대와 서울시립대 논술시험에서 스마트안경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된 데 따른 조치다.

앞서 연세대는 지난 10일 자연·통합계열 수학 논술시험에서 일반 안경을 착용하고 입실한 뒤 시험 도중 스마트안경으로 바꿔 쓴 수험생을 적발했다. 연세대는 감독관들에게 약 1시간 동안 스마트안경 식별 교육을 진행했지만 부정행위를 막지 못했다. 지난 3일 유사한 사례가 적발된 서울시립대도 스마트안경 실물을 구입해 감독관들을 사전교육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공지능 스마트안경과 일반 안경. [AI로 제작]
인공지능 스마트안경과 일반 안경. [AI로 제작]

다만 수능과 달리 대학별 고사는 제재 기준이 통일돼 있지 않다. 수능은 교육부의 부정행위자 처리규정에 따라 전국 수험생에게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지만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는 각 대학이 학칙과 모집요강에 따라 처분을 결정한다. 서울시립대는 적발된 수험생을 불합격 처리하고 향후 3년간 응시자격을 제한했으나 연세대는 불합격 처리 외에 추가 응시 제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감독 방법을 안내하더라도 대학별 제재 수위를 일률적으로 정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감독 강화에 따른 교사들의 업무 부담도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스마트안경은 일반 안경과 외형이 유사해 육안만으로 식별하기 어렵다. 전파탐지기 역시 시험장별 환경 차이에 따른 탐지 오류 가능성 때문에 올해 수능에 도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감독관이 직접 안경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험생의 항의나 검사 거부 등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지난 15일 수능 감독관의 근무 여건 개선과 국가 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전국 교사 서명운동에 착수했다. 노조는 AI 기기 확인에 필요한 시간과 지원 인력을 확보하고, 부정행위 의심 상황에서 감독관의 권한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역시 “육안으로 일반 안경과 구별하기 어려운 기기를 탐지 장비도, 객관적인 판별 기준도 없이 가려내라는 것은 감독이 아니라 도박”이라며 “부정행위 판정 기준과 이의제기 절차를 명문화하고 감독관이 지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다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경우 국가가 책임지는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대학별 고사의 자율성을 유지하되 스마트안경 부정행위 예방을 위한 감독관 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별 고사에서 부정행위에 대한 처분은 각 대학 입학전형위원회가 결정하는 사항”이라며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도록 감독관 유의사항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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