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호르무즈 해협 위기 공동대응 이행”
시장 실망…“신규공급 아닌 기존물량 조기 방출”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과 경유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경유 2000만배럴을 포함해 비축유 1억배럴를 신속 방출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데 이어 남은 물량의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추가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보다 기존에 약속한 비축유 방출 일정을 앞당기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유가 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EA는 이날 32개 회원국이 참여한 이사회를 열고 전략비축유 방출 규모와 시기를 논의한 끝에 경유 2000만배럴 이상을 포함한 잔여 비축유를 가능한 한 신속하게 시장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IEA는 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이사회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결정한 2026년 공동 대응 조치를 지속적으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원국들은 이미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된 잔여 물량의 방출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며 “여기에는 2000만배럴 이상의 경유를 가능한 한 신속하게 방출하는 방안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IEA 회원국들은 지난 3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원유와 석유제품을 합쳐 4억배럴 이상을 비상 비축유에서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IEA가 주도한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공동 방출 결정이었다.
IEA에 따르면 회원국들이 현재까지 시장에 공급한 비축유는 약 3억3000만배럴에 달한다. 일부 회원국은 이미 지난 3월 약속한 물량보다 많은 비축유를 방출했으며, 다른 회원국들도 당초 계획을 초과하는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
IEA가 비축유 방출에 속도를 내기로 한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경유 공급 부족 사태가 있다.
이란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차질이 겹치면서 세계 여러 시장에서 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화물 운송과 물류, 산업시설 가동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핵심 연료인 경유의 경우 가격이 급등하면 물류비와 기업의 생산 비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각국 정부와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경유 공급 확대가 시급한 정책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IEA 회원국들은 원유뿐 아니라 공급 부족이 심각한 경유를 중심으로 비축유 방출을 가속화하는 데 뜻을 모았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IEA 결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로이터는 이달 EU 회원국들이 프랑스가 제안한 추가 비축유 방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제안은 IEA 회원국들이 경유 5000만배럴과 원유 5000만배럴을 각각 방출해 총 1억배럴을 시장에 공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IEA 합의에서는 해당 규모의 신규 비축유 방출 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원자재 분석업체 스파르타커머디티스의 아비셰크 쿠마르 애널리스트는 “IEA의 발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조치이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구체적인 내용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2000만배럴 이상의 경유 방출은 실질적으로 새로운 공급 물량이라기보다 기존에 약속한 물량의 방출 일정을 앞당기는 조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합의가 경유 공급을 단기적으로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전체 공급량 자체를 확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IEA는 일부 회원국들이 지난 3월 합의한 방출 규모를 이미 초과했으며, 다른 회원국들도 추가 방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규 공급 규모와 구체적인 방출 시기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yckim645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