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 시행 1년
25억 이하 26.7%↑·25억 초과 10%↓
상급지 키맞추기·생존매수 수요 혼재
정부가 지난해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주택 가격 구간별로 주택담보대출한도를 축소하며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한 지 1년이 지났다. 그 결과 대출한도가 2억원으로 축소된 25억원을 넘는 초고가 아파트는 매수세가 위축됐지만,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고가 아파트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기사 4면
상대적으로 대출을 더 활용할 수 있는 가격대로 실수요와 갈아타기 수요가 모였다는 분석이다. 집값 상승으로 기존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상위 가격 구간에 진입한 영향도 반영됐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7~8월 서울에서 거래된 15억 초과 25억원 이하 아파트(해제거래 및 법인·공공기관 매수 제외)는 총 139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098건)보다 26.7% 늘어난 수치다.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실거래 집계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거래량이 안정적으로 반영된 7~8월을 비교 기준으로 삼았다.
같은 기간 가격대별 거래량 증감을 보면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6529건에서 7068건으로 8.3% 증가 ▷25억원 초과 아파트는 606건에서 541건으로 10.7% 감소했다.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구간에서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전체 거래에서 이 가격대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됐다. 지난해 7~8월 13.3%였던 비중은 올해 15.5%로 2.1%포인트 늘었다. 반면 2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7.4%에서 6.0%로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동작·영등포 등 한강벨트 자치구에서 15억~25억원 아파트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 동작구의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는 지난해 7~8월 255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149건으로 감소했지만,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거래는 83건에서 144건으로 61건 늘었다. 영등포구 역시 15억원 이하 거래가 386건에서 266건으로 약 31.1% 감소하는 동안 주택담보대출을 4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15억~25억원 거래는 46건에서 97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과정에서 15억원을 밑돌던 단지가 상위 가격대에 진입한 영향도 일부 반영됐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신동아리버파크 84㎡(전용면적) 거래가는 지난해 12월 처음 15억원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 9월 4일 17억원에 신고가를 찍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푸르지오 79㎡도 지난해까지는 15억원을 넘는 거래가 없었지만, 올해 3월 19일 16억8000만원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현재 해당 평형은 15억~16억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지난해 10·15 대책으로 강화된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당시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주택 가격에 따라 차등 적용했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원까지 대출이 나온다.
강한 대출 규제 속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와 집값이 더 오르기 전 내 집을 마련하려는 이른바 ‘생존매수’ 심리가 맞물린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주택 가격이 25억원을 넘어서면 대출이 너무 적게 나온다”며 “그나마 대출이 가능한 가격대에서 주거 사다리에 빠르게 올라타려는 교체 수요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영끌’이 ‘생존매수’라는 단어로 더 강하게 바뀌었는데, 당분간은 치열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현금 동원력이 있는 중간 수요자들이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준고가 주택 매수에 나선 영향”이라고 말했다. 주택 가격이 25억원을 넘겨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들기 전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주택을 매입하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한편, 같은 기간 서둘러 집을 사려는 청년층의 움직임도 커졌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 등)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수인 통계에 따르면 올해 7~8월 서울의 2030 매수인은 총 1만511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2282명)보다 약 23% 증가했다. 전체 매수인 가운데 2030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36%에서 41%로 늘었다.
20대·30대 매수세 증가에 대해 서진형 교수는 “청년층 사이에서 ‘영끌’과 더불어 부모 세대의 자금력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윤승현·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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