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SNS·플랫폼 속 데이터로 전락
“소수 권력의 수학 공식, 대중이 되찾아야”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인스타그램 피드에 뜨고, 유튜브 쇼츠를 보다 몇 시간이 훌쩍 간다. 수많은 게시물이 있지만 조회수 높은 게시물만 살아남고, 온라인상 영향력은 팔로워 수로 평가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두를 인플루언서처럼 행동하도록 내몬다.
우리는 매일 아침 숫자의 바다에서 눈을 뜬다. 스마트폰을 켜자마자 나타나는 알고리즘의 추천 피드,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 대출을 결정하는 신용점수까지. 현대 사회는 수치화된 데이터로 설계돼 있다.
이 숫자들이 언뜻 보면 중립적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과 금융 자본, 정치권력이 수학 공식을 독점해 대중의 행동을 교묘하게 조종하며 막대한 이익을 거둔다.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개인은 ‘얼굴 없는 숫자’ 중 하나로 전락한다.
신간 ‘숫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의 저자 노아 지안시라쿠사 벤틀리대학교 수학 교수는 부유한 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 준 ‘로빈 후드’처럼, 소수의 권력 주체가 행사하는 수학 공식을 대중이 되찾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를 위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7가지 수학 도구를 제시한다.
이 책의 장점은 가중합, 기댓값, 베이즈 정리 등 어렵게 느껴지는 수학 개념을 실제 사례와 연결해 쉽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예컨대 우수 대학 순위나 신용점수는 여러 평가 항목을 종합해 점수를 매기는 ‘가중합’ 방식으로 산정된다. 이는 객관적 평가로 보이지만, 각 항목에 부여된 가중치에는 평가 주체의 주관적인 가치가 개입돼 있다. 정해진 숫자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순위를 선정해야 본인에게 더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주식 같은 재테크는 결과의 가치를 확률로 가중해 합산한 ‘기댓값’의 원리로 접근할 수 있다. 직관이나 소문에 의존하는 대신, 데이터를 따져봄으로써 무분별한 투기를 막을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재난이나 경제적 변동성에 직면했을 때는 단순히 평균만을 고려하지 않고 전체적인 분포를 나타내는 ‘분산’의 시각이 중요하다. 이때 이미 일어난 사건이나 어떤 조건을 반영하는 ‘베이즈 공식’을 활용하면 좀 더 명확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저자는 또한 SNS의 알고리즘이 상단에 노출시키는 콘텐츠를 어떻게 정하고,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지 파헤친다. 페이스북은 댓글보다 공유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틱톡은 시청 시간이 더 긴 콘텐츠에 보상을 주는 식이다. 각 SNS의 시스템을 이해하면 사용자는 많은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빅테크는 머신러닝으로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며 스폰서 콘텐츠와 광고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상품은 평점, 판매량 등이 아니라 돈을 제일 많이 낸 업체의 상품이다. 나만의 검색 기준을 추가하거나 정렬 기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알고리즘에 다소 저항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삶에 점점 깊이 침투할수록, 개인의 행동은 더 쉽게 데이터화되고 왜곡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고 휩쓸려 가지 않기 위해선 가치 있는 정보를 가려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숫자에 조종당하는 수동적인 소비자로 남을지, 자유를 되찾고 능동적인 주체로 살아갈지는 각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숫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법/노아 지안시라쿠사 지음·김성훈 옮김/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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