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장비 반입 막힌 中, 미세화 경쟁서 고전

4F²가 美 제재 돌파구…“우회로 열린 것”

“EUV 장비 없어 성능 한계 여전할 것” 시각도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생산시설 옆으로 노란색 안전모를 착용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생산시설 옆으로 노란색 안전모를 착용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현일·이정완 기자]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차세대 서버용 D램 ‘4F²(4F스퀘어)’ 출시를 깜짝 선언한 것을 두고 반도체 업계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 내부 상황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한국 기업은 EUV 장비를 활용해 미세한 회로를 제한 없이 그릴 수 있어서 4F²를 할 필요가 없다. 중국 기업은 EUV 장비가 없어 미세 회로를 못 그리니 4F²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광장비는 반도체 공정 중에서도 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미세하게 그려 넣는 과정에 사용된다. 네덜란드 ASML이 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이다.

회로 선폭이 좁아지면 한 장의 웨이퍼 위에 더 많은 회로를 그릴 수 있어 만들 수 있는 반도체 숫자가 늘어나고, 선폭이 좁아 연산 속도와 전력 효율도 향상되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규제로 인해 장비 반입이 막혀 반도체 미세화 경쟁에서 고전해왔다.

그 대안으로 중국 반도체 업계는 EUV 장비 없이도 기술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우회로를 찾는 데 골몰해왔다. 이번에 발표한 4F²가 대표적이다.

EUV 장비가 한 대도 없는 중국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총력전을 펼치며 트랜지스터 밀도를 높여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가다. CXMT는 EUV 없이 셀 구조를 변경한 4F²를 통해 차세대 D램 경쟁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내보인 셈이다.

CXMT가 이번에 4F²를 들고 나온 것을 두고 일각에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추월했다는 평가가 쏟아졌지만 그보다 중국이 미국의 EUV 통제를 우회하는 길이 열린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부학장은 자신의 SNS에서 이번 CXMT 발표의 시사점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2019년부터 미국 정부가 이어오던 제재로 벌어둔 시간이 점점 바닥나고 있다”며 “미국이 가하던 EUV 수출통제 유효기간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무렵에 나온 CXMT의 이번 로드맵은 근본적으로 시장의 동역학이 바뀔 것인지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시금석”이라고 평가했다.

4F²의 공정 난도가 기존 공정보다 높은 만큼 이를 누가 빠르게 넘어서는지도 향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주요 승부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지금 CXMT에서 만드는 4F²의 선폭(F)이 크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반도체 사이즈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CXMT는 EUV 장비도 사용할 수 없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만드는 지금의 6F²보다 성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팀장도 “4F²는 누설 전류를 극복하고 양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 기존 메모리 3사에 미칠 영향은 CXMT의 양산 수율과 고객 인증, 출하 규모까지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CXMT가 4F² 관련해 보유한 특허가 300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향후 개발 속도를 올리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공정 노하우가 더욱 고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낸드플래시 업체 YMTC의 적층 특허기술 ‘엑스태킹’을 삼성전자가 자사 낸드에 적용하기 위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사례처럼 향후 차세대 서버용 D램에서도 CXMT와의 특허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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