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물 국채금리 4.27% 사상 최고
엔캐리 청산·글로벌 자산 매도 우려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일본의 대형 은행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최근 수개월간 해외 채권을 팔아치우는 대신 자국 국채 매입을 늘리고 있다. 일본 국채금리가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온 일본 ‘큰손’들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해외에 투자됐던 일본 자금의 본국 회귀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 이동이 본격화할 경우 글로벌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일본 증권업협회 자료를 인용해 대형 은행과 보험사들이 올해 4~8월 5개월간 만기가 2년 이상 남은 일본 국채를 총 5조4000억엔(약 45조6000억원) 순매수했다고 보도했다.
5개월간 순매수 규모로는 2023년 초 이후 최대다.
현재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금리는 31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시중 금리도 수십 년 만에 가장 높다.
반면 해외 채권은 많이 팔고 있다.
일본 재무부가 주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관들의 9월 해외 채권 순매도 규모는 2조5000억엔(약 21조1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1∼9월 은행의 해외 채권 순매도 규모는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2005년 이후 최대다.
FT는 미국과 프랑스 등 해외 채권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이 일본 은행들의 해외 채권 매도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다이와 캐피털 마켓 유럽의 크리스 시클루나 리서치 책임자는 “일본 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하면서 일본 내 투자자들이 해외보다 국내에 자금을 투자할 수 있게 됐다”며 “이런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일본 내 자금 회귀의 시작인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내 투자자들의 패턴 변화는 일본 국채 시장에는 호재가 될 수 있지만 해외 증시와 채권 시장에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엔화 가치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을 매입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을 대거 매도하는 이른바 ‘앤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투자운용의 마사히코 루 수석 채권 전략가는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올리는 통화정책 정상화 조치에 대해 시장이 확신을 갖게 되면서 일본 국채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높은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믿음이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초 2.3% 미만이었으나 이달 초에는 4.27%로 급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 역시 이달 들어 30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루 전략가는 “일본 국채가 글로벌 자본 유치 경쟁에서 유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스티븐 스프랫 금리 전략가는 일본 은행들이 해외 채권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은 데이터상으로 분명하지만, 일본 국채 매입이 아직 확실하게 증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도이치방크 도쿄 지점의 오모리 쇼키 수석 전략가는 “일본 자금이 본국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면서 일본 투자자들이 독일 등 유럽 국채를 매입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더 안전한 자산”을 찾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mokiy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