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엔 이란·북쪽엔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남쪽엔 예멘 후티반군
방공망 압도하는 후티 드론·미사일 복합 공격에 대응 마땅치 않아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연간 11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하고도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첨단 무기를 도입하고 다층 방공망까지 구축했지만 공항과 정유시설, 송유관 등 핵심 기반시설이 잇따라 공격받으면서 사우디의 방어 역량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아 13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치는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미국 CNN 방송은 13일(현지시간) 사우디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첨단 무기 시스템을 도입하고 다층 방공망까지 갖춰 놓고도 이처럼 난타당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집계에 따르면 사우디의 작년 군사비 지출은 832억 달러(112조 원)로 세계 8위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지출은 6.5%로 세계 5위였다.
CNN은 “사우디는 지켜야 할 게 많다”며 사우디의 국토가 미국의 5분의 1 크기이며 넓게 흩어진 핵심 시설들을 방어해야 하는데 3면에서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2월 시작된 중동 전쟁의 전황이 격화했을 때 동쪽에서는 이란이 약 1천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사우디 내 목표물에 발사했다.
북쪽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내 민병대가 드론을 발사해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을 공격했다.
남쪽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예멘의 산악지대에서 은폐된 진지나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사우디에 미사일을 발사한다.
후티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에 장거리 드론을 조합해 사우디 방공망을 압도하는 ‘섞어쏘기’ 전술도 구사한다.
전문가들은 후티 반군이 보유한 ‘하템-2’, ‘팔레스타인-2’ 등 최신 미사일이 이란제 무기와 설계상 매우 유사하며, 빠른 속도와 높은 정확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후티 반군의 잇따른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수도 국제공항을 겨냥한 공격으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후티 반군과 타협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공습을 강화하면 후티의 추가 미사일 공격을 부를 수 있다.
석유시설뿐 아니라 공항, 담수화 시설, 데이터센터도 위험해져 투자·관광·기술 산업을 키우려는 사우디의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
예멘 정부군이 참여하는 지상 공세로 후티를 격퇴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CNN의 분석이다.
후티는 예멘 산악지대에 진지를 구축했고 오랜 전투 경험도 있다.
예멘 정부군을 동원해 공세를 확대하더라도 단기간에 후티의 공격 능력을 없애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외부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
사우디는 우방국들의 지원을 구하고 방공무기 추가 조달을 추진할 수 있지만, 미국 역시 이란과의 전쟁으로 무기 재고와 탄약 생산에 부담을 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후티를 직접 공격할지는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mokiy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