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연구소, 2027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 분석

5년간 57.3조원…탄소중립 투자계획 89.9조원 하회

작성 부처 16개 제자리…집행실적·배출영향 평가 보완 필요

경남 창원시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31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한 도로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중앙분리대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경남 창원시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31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한 도로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중앙분리대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예산이 올해보다 25.9% 늘어나지만 정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가 시행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참여 부처는 16개에 머물렀다. 예산 확대와 함께 사업별 집행실적 공개, 온실가스 배출사업에 대한 영향평가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2027년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온실가스 감축예산은 기금을 포함해 15조551억원이다. 올해 11조9560억원보다 3조991억원, 25.9% 증가했다. 대상 사업은 347개에서 380개로 33개 늘었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는 예산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해 국가재정 운용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부터 관련 예산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내년 감축예산 증가율은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다. 정부 총지출 증가율인 12.7%도 웃돈다. 연구소는 이재명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내년 정부 총지출안 820조8253억원 대비 감축예산 비중은 1.83%에 그쳤다. 2023년 1.55%, 2024년 1.54%, 2025년 1.52%에서 올해 1.64%, 내년 1.83%로 높아졌지만 제도 도입 첫해와 비교하면 상승 폭은 0.28%포인트다. 이 수치는 국회 확정예산이 아닌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기준이다.

5년 감축예산, 탄소중립 투자계획에 못 미쳐

국가 탄소중립 계획과 감축예산 사이의 연계성도 과제로 꼽혔다. 정부가 2023~2027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에 반영한 감축예산은 총 57.3조원이다.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 같은 기간 제시한 재정투자계획 89.9조원보다 32.6조원 적다.

기본계획에는 온실가스 감축과 성격이 다른 기후변화 적응대책 투자액 19.4조원도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한 70.5조원과 비교해도 감축예산은 13.2조원 적다는 것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비교 범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감축사업이 포함된 세부사업 전체 예산을 합하면 5년간 71.7조원으로, 적응대책을 제외한 투자계획을 웃돈다. 그러나 세부사업에는 감축과 직접 관련 없는 예산도 포함돼 있어 감축사업에 해당하는 예산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내년의 경우 세부사업 전체 예산은 20조590억원이며, 이 가운데 비감축예산 비중은 24.9%다.

예산서를 작성하는 부처도 좀처럼 확대되지 않고 있다. 작성 중앙관서는 2023년 13개에서 2024년과 2025년 각각 16개, 올해 17개, 내년 16개로 집계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는 상당한 규모의 예산사업을 운영하면서도 제도 시행 이후 한 차례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을 작성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각각 한 차례 작성에 그쳤다.

연구소는 부처별 사업 특수성을 고려하되, 감축사업 유형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부처별 작성 성과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얼마 편성했나 넘어 집행·배출영향까지 봐야”

감축예산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결산·집행정보도 부족하다. 내년 예산서에는 국가 탄소중립정책과의 연계성을 확인하는 정책관리번호와 사업별 중기재정 투입계획이 추가됐지만, 지난 연도 결산실적은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소는 무공해차 보급사업을 사례로 들었다.

내년 예산은 3조90억원으로 올해 당초예산보다 7245억원, 31.7% 늘었다. 그러나 이 사업의 2024년 집행률은 65.6%였고, 2025년에는 3623억원을 감액한 뒤에도 수정예산 대비 집행률이 83.9%에 머물렀다. 올해 보조금 확대에 따라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과거 집행실적을 고려한 증액 근거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뿐 아니라 배출을 늘리는 재정사업의 영향도 분석해야 한다고 연구소는 제안했다. 정부가 제도 도입 당시 다배출사업의 감축 유도 등으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시행 5년 차에도 배출사업 정보와 배출영향 평가 시행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도 확인됐다. 온실가스를 직접 감축하는 정량사업의 예산 비중은 올해 60.3%에서 내년 62.9%로 높아졌다. 사업 수도 95개에서 112개로 늘었다.

연구소는 지방자치단체의 제도 시행을 뒷받침할 법·제도 정비도 주문했다.

이성현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올해 6월 지자체 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관련 법률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시행 여부는 지자체 자율에 맡겨져 있다”며 “지방재정법과 지방회계법 등을 개정해 작성 대상과 범위, 내용을 명확히 하고 전면 시행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