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졸혼 선언 후 “공무원 연금 못 나눠”
전문가 “졸혼 해도 부양의무 그대로 남아”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35년간 살림과 육아를 도맡아 온 60대 아내에게 졸혼을 선언한 중학교 교사 출신의 남편이 공무원 연금이나 생활비를 나눠줄 수 없다며 홀로 고향으로 떠나버린 사연이 전해졌다.
14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남편의 일방적인 졸혼 선언으로 이혼을 고민하게 된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두 아이를 키워온 A씨는 남편이 중학교 교사로 정년퇴직한 뒤부터 달라진 태도에 시달렸다. 남편은 살림에 사사건건 간섭했고, 세일하는 식재료를 사다 놓고 음식 맛을 탓하는가 하면 한 달 생활비를 50만원으로 제한하고 영수증까지 요구했다.
A씨는 “남편이 퇴직한 뒤로 하루 세 끼를 꼬박 차려내는 것도 힘든데 돈을 쓸 때마다 확인받아야 한다니 너무 황당하더라”라며 “아이들도 모두 결혼해서 집을 떠난 뒤라서 남편이랑 같이 살기도 싫어졌는데,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졸혼’ 이야기를 꺼냈다”고 밝혔다.
결국 남편은 고향에 마련한 전원주택으로 혼자 떠나버렸다. 고향에 내려가 살자는 남편의 말을 A씨가 거절하자 벌인 일이었다. 남편은 떠나면서 “연금은 내가 평생 일해서 받는 돈이니 당신에게 줄 돈은 없다”며 생활비마저 끊어버렸다. 여기에 남편이 시골 모임에서 알게 된 여성과 자주 어울린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자 A씨는 이혼을 고민하게 됐다.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곽동주 변호사는 “졸혼은 법률상 개념이 아니다”라며 “혼인관계가 그대로 유지되므로 부부 사이의 동거·부양·협조 의무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졸혼이라는 것이 혼인관계를 유지한 채 따로 사는 별거 상태일 뿐이어서, 이를 이유로 생활비 지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 없으며 부부가 부양의무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더라도 그 효력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곽 변호사는 “남편이 연금을 받으면서도 생활비를 끊었다면 가정법원에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은 남편의 연금과 재산, 아내의 생활 형편 등을 고려해 지급액을 정한다. 곽 변호사는 “과거에 받지 못한 부양료는 청구한 이후부터의 부분만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가능한 한 빨리 청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남편이 졸혼 중 다른 여성을 만나는 것 역시 상황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오랜 별거로 혼인관계가 이미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된 뒤라면 제3자와의 관계가 불법행위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지만, 졸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곽 변호사는 “A씨의 경우 남편이 일방적으로 집을 나간갔고 기간도 길지 않은 만큼 남편의 이성교제는 부정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상대 여성에게도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가 결국 이혼할 경우에도 남편이 받는 공무원 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곽 변호사는 “대법원은 이혼할 때 이미 퇴직연금을 받고 있는 경우, 앞으로 받을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되고 매달 일정 비율을 나눠 받는 방식으로 분할할 수 있다고 봤다”며 “35년간 살림과 육아를 전담해 온 점은 기여도에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연금법상 분할연금 제도는 혼인 기간과 공무원 재직 기간, 연령 등 법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요건이 충족된다면 이혼 재산분할 절차에서 장래에 받을 퇴직연금의 분할을 함께 청구하라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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