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용 농약 31개 개발…15개 작물·86개 병해충 대응

꿀벌·물벼룩·어류 독성시험…생태계 안전성 검증

기후변화·농촌 고령화에 연구 확대…연간 R&D 20억~25억원

꿀벌[게티이미지뱅크]
꿀벌[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농약을 만드는 연구소가 꿀벌을 키운다. 물벼룩과 물고기도 연구 대상이다. 병해충은 잡되 다른 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드론으로 뿌릴 수 있는 농약도 개발한다. 농촌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해지고 기후변화로 병해충의 활동 영역까지 달라지면서 농약 연구소의 역할도 진화하고 있다.

전북 김제 SG한국삼공 농업연구소의 꿀벌 사육시설에서 연구원이 벌통을 열어 꿀벌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연구소는 농약이 꿀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독성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SG한국삼공 제공]
전북 김제 SG한국삼공 농업연구소의 꿀벌 사육시설에서 연구원이 벌통을 열어 꿀벌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연구소는 농약이 꿀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독성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SG한국삼공 제공]

전북 김제에 있는 한국삼공 농업연구소가 그 현장이다. 이곳에서는 농약의 효과를 시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꿀벌과 물벼룩, 어류, 녹조류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살펴본다. 농약이 작물에 얼마나 남는지 확인하는 잔류성시험과 농작업자 안전성 관련 연구도 진행한다. 농약을 잘 만드는 것만큼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도 중요해진 것이다.

꿀벌이 대표적이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은 없애야 하지만 꽃가루를 옮겨 열매가 맺히도록 돕는 꿀벌까지 피해를 입어서는 곤란하다. 농약 연구소가 꿀벌을 직접 키우며 독성을 시험하는 이유다.

전북 김제 SG한국삼공 농업연구소에서 농약의 환경독성시험에 활용하는 시험생물의 현미경 사진. 왼쪽부터 송사리, 꿀벌 유충, 물벼룩. 연구소는 농약이 수생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SG한국삼공 제공]
전북 김제 SG한국삼공 농업연구소에서 농약의 환경독성시험에 활용하는 시험생물의 현미경 사진. 왼쪽부터 송사리, 꿀벌 유충, 물벼룩. 연구소는 농약이 수생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SG한국삼공 제공]

한국삼공은 지난해 꿀벌 유충 급성독성시험에 대한 우수실험실운영기준(GLP) 지정을 받았다. 앞으로는 유충과 성충을 대상으로 한 만성독성시험까지 GLP 시험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농약에 짧은 시간 노출됐을 때뿐 아니라 오랜 기간 노출됐을 때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지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농촌의 일손 부족도 농약을 바꾸고 있다. 농약통을 등에 메고 논밭을 돌아다니던 방식에서 드론 등 무인항공기를 활용하는 방제가 확대되면서다. 사람이 직접 뿌리는 농약과 드론으로 살포하는 농약은 사용 환경이 다른 만큼 새로운 방제 방식에 적합한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한국삼공이 지금까지 개발한 무인항공기 방제용 농약은 31개다. 벼를 비롯한 15개 작물의 86개 병해충에 사용할 수 있다. 드론을 만드는 회사는 아니지만 드론이 농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농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전북 김제 SG한국삼공 농업연구소 시험포장에서 드론이 작물 위를 비행하고 있다. 연구소는 드론 등 무인항공기 방제에 적합한 농약을 개발하고 있다. [SG한국삼공 제공]
전북 김제 SG한국삼공 농업연구소 시험포장에서 드론이 작물 위를 비행하고 있다. 연구소는 드론 등 무인항공기 방제에 적합한 농약을 개발하고 있다. [SG한국삼공 제공]

기후변화는 농약 연구소에 또 다른 숙제를 안겼다. 기온과 강수량이 달라지면서 병해충이 발생하는 시기와 지역도 변하고 있다. 고온성 병해충에 대한 대응 필요성도 커졌다. 예전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작물을 재배하더라도 병해충 관리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사과 재배지역의 변화가 이를 보여준다. 과거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사과 재배 북방한계선은 강원 정선·영월·양구 등으로 북상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2070년에는 강원 일부 지역에서만 사과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작물이 자라는 곳이 바뀌면 농약 연구도 달라진 재배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미생물도 농약 연구소의 새로운 연구 대상이다. 한국삼공은 버크홀데리아 피로시니아(Burkholderia pyrrocinia)를 활용한 미생물 기반 유기농업자재 ‘알차니’를 판매하고 있다. 추가 제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김제 농업연구소에서는 약 30명의 연구인력이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연간 경상 연구개발(R&D)비는 20억~25억원으로 매출의 1.6~2% 수준이다. 올해 개발 중인 신제품은 11개다. 이 가운데 7개 품목의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소 본관은 1598㎡ 규모다. 여기에 총 2만7348㎡의 시험포장을 갖췄다. 제형·환경독성·생물·잔류연구실을 비롯해 온실과 곤충사육실, 균배양실 등에서 다양한 시험이 이뤄진다.

한국삼공의 사업 무대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2019년부터 경영에 참여한 베트남 NT사는 지난해 105억6067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3.2% 줄었지만 2023년과 비교하면 6.0% 증가했다.

NT사는 베트남에서 살충제 31개, 살균제 25개, 비료 17개, 제초제 11개, 기타 7개 등 총 91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지 약 150개 도·소매 유통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 판매는 베트남 내수시장에 집중돼 있다.

김지훈 SG한국삼공 농업연구소 소장이 전북 김제 농업연구소에서 농약 연구개발 현황과 향후 연구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SG한국삼공 제공]
김지훈 SG한국삼공 농업연구소 소장이 전북 김제 농업연구소에서 농약 연구개발 현황과 향후 연구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SG한국삼공 제공]

한국삼공이 추산하는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점유율은 10~11%로 업계 5위 수준이다. 농약의 효과만큼 환경안전성과 새로운 방제 방식에 대한 대응이 중요해지면서 연구개발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김지훈 SG한국삼공 농업연구소 소장은 “1968년 출범한 한국삼공의 농약 연구는 이제 병해충을 잡는 약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드론이 농약을 뿌리는 농촌,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병해충과 재배지도, 꿀벌을 비롯한 생태계까지 연구 대상이 됐다”며 “농약 연구소의 달라진 풍경이 우리 농업이 마주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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