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열·공기 노출→오일 산패 촉진
맛과 향미 저하+항산화 성분 감소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올리브유처럼 건강을 생각해 고른 오일도 보관을 잘못하면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뚜껑을 닫지 않은 채 햇빛이 드는 부엌 창가나 열기가 전달되는 가스레인지 옆에 두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오일의 산화가 빨라질 수 있다.
산화된 오일은 맛과 향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일의 항산화 성분 함량도 감소한다. 항산화 성분은 지방의 산화를 막거나 늦추는 역할을 한다. 산화가 빨라지면 이를 억제하는 과정에서 항산화 성분 자체도 소모된다. 폴리페놀과 비타민E 등 일부 성분 함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
오일 보관에서 주의할 요소는 빛·열·공기다.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국제학술지(Antioxidants 2022)에 발표된 스페인 카스티야라만차대학교의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뚜껑이 열린’ 갈색 유리병에 담아 25·40·50·60℃로 장기간 보관했다. 공기에 노출된 조건에서 올리브유는 보관 온도가 높을수록 항산화 성분인 페놀성 화합물의 총함량과 알파 토코페롤(비타민 E의 한 형태)이 더 빠르게 감소했다.
문제는 산화가 빨라지면 산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산화는 기름 속 지방이 산소와 반응하는 화학적 과정이다. 산패는 산화 등의 요인으로 지방이 변질된 현상이다. 불쾌한 맛과 냄새가 난다.
의학 전문가들은 산패된 오일을 먹을 경우 가벼운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산패 과정에서 생긴 분해 산물이 우리 몸의 세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동물실험에서는 암과 염증 발생에 관한 가능성도 제시됐다.
국제학술지(Anticancer Research 2002)가 다룬 헝가리 페치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산패한 옥수수유를 먹인 생쥐의 여러 장기에서 암 관련 유전자 발현 증가가 관찰됐다. 또 다른 국제학술지(Poultry Science 2022)가 소개한 중국농업대학교 연구진 실험에서는 사료에 첨가하는 옥수수유의 75%를 산화된 옥수수유로 대체해 42일간 먹이자, 닭의 소장 조직에서 일부 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이 대조군보다 높았다. 다만 두 연구는 모두 동물실험으로,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오일의 산패를 막고 건강한 항산화 성분을 지키려면, 종류에 따른 보관법을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기름과 올리브오일·아보카도 오일은 햇빛이 들지 않는 ‘찬장 안’이 적합하다. 조리 열기가 닿는 가스레인지나 오븐 주변은 피한다. 올리브오일은 풍미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가급적 3개월 안에 소비하는 것이 좋다.
들기름의 보관법은 다르다. 산화에 취약한 오메가3 지방산(알파리놀렌산)이 다량 들어있어서다. 실온이 아닌, 4℃ 이하의 ‘냉장고’에 보관한다. 밀봉해서 냉장고에 둔 후 사용할 때만 꺼내 쓴다.
공통으로 지켜야 할 원칙은 빛·열·공기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사용 후에는 뚜껑을 바로 닫고, 제품에 표시된 사용 기한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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