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388점 발견으로 일단 공사 중단

더 큰 문제는 공사 비용 해법 부재

빚을 내서 공사 강행할 수는 없다는 입장

법원 소송 비관적, 원도심 침체..4중고

알펜시아로 도 재정 부도위기 과거 오버랩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공사중지 조치가 내려진지 42일이 지난 춘천시 고은리 강원도청 신청사 부지
공사중지 조치가 내려진지 42일이 지난 춘천시 고은리 강원도청 신청사 부지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민선8기 김진태 전 강원지사가 민선9기 출마를 위해 사퇴하기 전에 서둘러 착공했던 강원도청 신청사의 춘천 고은리 이전 문제가 ▷재정난 ▷춘천 원도심 침체 우려 ▷공사부지 표피층에서 조차 무더기로 확인된 유물의 높은 밀집도 ▷‘추진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제기된 법원소송의 낙관적이지 않은 분위기 등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김 전지사를 누르고 민선9기 단체장에 당선돼 임기를 시작한지 100여일이 지난 우상호 도지사는 12일 강원특별자치도의회에 출석해 “세수가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전진적인 투자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공사가 들어가야 한다”며 재원확보를 선결조건으로 제시해, 비용문제 만으로도 공사중단 상태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음을 밝혔다. 신청사 건립 계획 자체의 백지화 가능성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재정문제가 아니라도, 현재 고은리 공사는 유물의 무더기 발견으로 토지관리주체인 춘천시에 의해 공사중지 조치가 내려진 상황이다.

춘천시는 발견된 유물이 388점이라고 공식 확인했지만 이는 공사부지 일부에 해당하는 영역의 표피층 만 확인한 것이다.

현장에 가보면, 문화유산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표피층에서 육안으로 봐도 유물로 추정되는 물건이 계속 보일 정도로 유물분포의 밀집도가 매우 높다.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현재 유물이 발견됐던 공사부지의 흙이 뒤집히거나 성토되어 유물발견지 훼손죄 적용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현재 유물이 무더기로 발견된 이상, 이를 적법한 절차로 추가 발굴하거나, 국가유산청이 “별 가치가 없는 것이니 공사를 해도 된다”는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는 이상, 공사를 재개할 경우 불법이다. 국가유산청이 유물 훼손을 방치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매우 적다. 공사재개시 공사관계자, 발주지자체는 물론 이를 허락한 관리지자체도 처벌 대상이다.

무엇보다도 돈이 있어야 하는데, 우상호 도지사가 고은리 이전 공사 재개에 흔쾌히 동의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재원문제이다. 5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중 3700억원 이상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김진태 전지사가 신청사 이전을 강행하자, 우 지사는 후보 시절 고은리 신청사 착공식을 ‘알박기식’이라고 비판하며 사업 중단과 숙의를 요구했다.

우상호 강원특별도지사의 후보시절 언급[G1 TV 화면캡쳐]
우상호 강원특별도지사의 후보시절 언급[G1 TV 화면캡쳐]

우 지사는 인수위시절 부터 취임 이후 신청사를 둘러싼 여러 문제점들을 정확히 파악한 뒤, 12일 강원도의회 제349회 임시회 도정질문에 출석해 빚 까지 내가며 도청을 이전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지방채를 더 발행할 수 없다”는 입장은 취임후 몇 차례 밝힌 바 있다.

기존의 ‘도청이전추진단’에서 ‘이전’이라는 표현을 뺀 채, 공공청사건축과로 개편하겠다고도 발표한 바 있다.

우 지사는 대기업 투자유치에 따른 세수증가와 중앙정부 교부금 증액 가능성과 관련해 “대기업이 공장을 지으면 취득세가 들어오지만 현재 확정적으로 착공 계획이 잡힌 곳은 동해 GS그룹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라며 “나머지는 논의 중이고 관광단지 조성도 7~10년이 걸리는 만큼 전체 세수 계획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데이터센터 등의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향후 3년 이내 1500억~2000억원의 세수가 확보될 수 있다고 추정하지만 모두 예상치”라며 “언제부터 세원이 확보될지 미지수여서 구체적인 연도별 계획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우 지사는 “현재 강원도 재정 상황은 연간 1000억~1500억원을 도청 신청사 건립기금에 넣을 여건이 아니다”라며 “지방채를 발행하면서까지 도청을 이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우 지사는 재원 확보를 공사 재개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뒤, 현 청사 활용 방안에 대해선 “신청사 건립 계획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구청사 활용계획은 구체적으로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도청을 춘천시 남쪽 톨게이트 부근 고은리로 옮길 경우 춘천 원도심 경제가 지금 보다 더 극심한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지적, 이전 도지사 시절 신청사 이전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위법성 등이 있었다는 시민단체 소송의 녹록찮은 기류 등도 현존하는 변수이다.

지금 도청 신청사 이전 문제를 둘러싼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기류는 구태적 밀어붙이기, 불법적이라고 의심받을 상황을 쉬쉬하며 감추려는 모종의 카르텔과 이같은 구태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혼재돼 있다.

춘천시청
춘천시청

도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채 공사중지 42일이 지나도 책임있는 당국은 공사중지 사실 조차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어, 비상식과 탈법적 행위가 여전히 용인되는 강원도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런 마인드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이 서울,부산 등 선진지 사람들의 일치된 논평이다.

한편 강원도는 2018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뚜렷한 재원 대책 없이 알펜시아 등 올림픽 빌리지를 구축했다가 도 재정 부도 위기에 처하기도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