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과 파리 기반 활동 조명 아티스트
유서깊은 저택에 ‘로투스·허니콤’ 설치
파리 그랑팔레 전시 당시 전량 매진
고전 건축과 자연의 조형을 빛으로 연결
메종 블랑쉬는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가진, 그 자체로 이미 아름다운 건축물입니다. 제 작품이 공간에 압도되지 않으면서도, 반대로 공간과 분리되어 부유하는 오브제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조명 아티스트 조민상 씨가 프랑스 루비시엔의 유서 깊은 저택 메종 블랑쉬(Maison Blanche)에 설치한 두 점의 작품이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로투스(Lotus)’와 ‘허니콤(Honeycomb)’으로 이름 붙여진 이 작품을 월스트리트 최초의 여성 CEO 중 한 명이자 저명한 아트 컬렉터인 저택 소유주가 직접 작가에게 의뢰해 설치했기 때문이다. 의뢰부터 제작과 설치까지 약 1년 반에 걸친 긴 프로젝트 끝에 작품이 저택에 설치되자, 프랑스 여성 감독 멜리안 마르카지 (Méliane Marcaggi)가 프랑스 최대 민영 방송사인 TF1과 함께 촬영하는 신작 영화 촬영지로 선정됐다.
당시 영화 미술을 담당하는 엘로이즈 르쿠앵트르 드 윈터 (Héloïse Lecointre de Winter)는 조민상 작가의 작품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고 평했다.
작가와 클라이언트의 만남은 지난해 초 파리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 열린 전시에서 시작됐다. 당시 그랑 팔레에서 전시 중인 조민상 작가의 작품들에 매료된 메종 블랑쉬의 소유주는 작가의 파리 아틀리에를 수 차례 방문해, 오랜 대화를 이어간 끝에 작품을 의뢰했다.
베르사유 궁전 인근의 역사적인 고급 주거 지역, 루비시엔의 언덕 위에 자리한 메종 블랑쉬는 약 800㎡에 달하는 건물과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부지, 수영장을 갖춘 저택이다. 세계적인 뷰티기업 ‘코티(Coty)’의 창업주이자 조향사였던 프랑소와 코티(François Coty)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마련한 곳으로 알려져있다.
이번 작품은 저택의 중심 공간인 대연회장에 설치됐다. 소유주는 대연회장에 설치된 19세기 앤티크 샹들리에를 조민상 작가의 조형적 세계를 담은 작품으로 교체하고자 했다.
조 작가는 로투스와 허니콤이라는 한 쌍의 작품으로 빌라를 둘러싼 자연을 실내로 자연스럽게 연결하고자 했다. 연꽃과 벌집에서 출발한 조형은 자연의 형태를 빛으로 재해석하며, 저택 바깥의 풍경과 볼룸 내부를 연결한다.
로투스는 비 오는 날, 물 아래에서 수면 위의 연꽃을 올려다보는 상상에서 탄생했다. 디자인의 원형은 야외 설치 작품으로 구상됐으며, 2017년 밀라노 디자인 페어에서 처음 소개됐다. 메종 블랑쉬를 위한 로투스는 이 조형적 발상을 대연회장의 비례와 분위기에 맞춰 새롭게 발전시킨 작품이다.
허니콤은 2018년 베를린 IFA에서 처음 선보였다. 육각형의 형상과 점등했을 때 금빛으로 물드는 조명의 효과가 어우러져, 마치 꿀이 녹아 흘러내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모습에서 붙은 ‘벌집’이라는 애칭이 이후 자연스럽게 작품의 이름이 됐다.
조민상 작가는 이처럼 그랑 팔레나 파리 근교 저택과 같은 근사한 공간 속에 설치됐던 그의 작품을 재해석해 12월 새로운 상품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 ‘Minsang CHO’브랜드를 통해 메종 블랑쉬에 설치된 ‘로투스’와 또 다른 대표작인 ‘비하인드 더 래디언스(Behind the Radiance)’를 테이블 램프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비하인드 더 래디언스는 2025년 파리 그랑팔레 전시 첫날 전시작품 모두가 판매되었을 만큼 호평을 받았던 조민상 작가의 최근 대표작이다. 이번 제품 프로젝트는 그동안 전시장이나 개인 소장 공간에서 선보여온 그의 작품을 일상의 공간으로 확장해, 더 많은 사람이 작가의 빛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는 “공간에서 떼어내 전시장에 놓았을 때도 독립된 조형물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동시에, 실제 건축 공간에 설치되었을 때는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녹아드는 조명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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