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33회→26회 단축해도 효과 동등, 치료자원 효율적 활용 기대…美「임상종양학회지」게재

서울아산병원 김영석 교수팀, 수술 후 전립선특이항원 수치 상승 환자 방사선치료 3상 임상연구 발표

[헤럴드경제=김태열 의학전문기자] 국내 남성 암 발생률 1위인 전립선암은 수술로 전립선을 제거한 뒤에도 서너 명 중 한 명은 10년 이내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가 다시 상승하는 ‘생화학적 재발’이 발생한다. 이 경우 6~7주 동안 30~33회의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치료 횟수를 20%가량 줄인 저분할 방사선치료도 기존 치료와 비슷한 암 억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의료진이 전립선암 환자에게 방사선치료를 시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의료진이 전립선암 환자에게 방사선치료를 시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영석 교수·송영주 전문의,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박원 교수팀이 전립선암 수술 후 생화학적 재발이 발생한 환자를 대상으로 방사선 횟수에 따른 치료 효과를 비교한 결과, 치료 횟수를 기존 33회에서 26회로 줄여도 암 억제 효과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무작위배정 3상 임상연구 결과는 종양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미국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피인용지수 44.7)’에 최근 게재됐다.

생화학적 재발은 전립선절제술 후 PSA 수치가 다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영상검사에서 뚜렷한 종양이 보이지 않더라도 암세포가 남아있는 재발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를 치료없이 지켜보았을 때 지속적인 PSA 상승 및 영상검사에서 재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한데, 이때 완치 목적의 유일한 치료 방법으로 수술 부위 주변 방사선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기존 방사선치료는 한 번에 2 Gy(그레이, 방사선 선량 단위)씩 조사하는 반면, 저분할 방사선치료는 한 번에 조사하는 방사선량을 2.5 Gy로 높여 전체 치료 횟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수술 없이 방사선치료만으로 완치를 목표로 하는 전립선암 환자에게는 저분할 방사선치료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수술 후 생화학적 재발 환자에서는 기존 표준 치료와 직접 효과를 비교한 높은 수준의 임상 근거가 없었다.

김영석 교수팀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근치적 전립선절제술 후 생화학적 재발이 발생한 전립선암 환자 316명을 모집해 저분할 방사선치료군과 기존 표준 방사선치료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약 5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모든 환자에게는 종양 부위에 방사선을 정밀하게 집중시키는 세기조절방사선치료와 매일 치료 부위의 위치를 CT로 확인하는 영상유도방사선치료가 시행됐으며, 저분할 방사선치료군은 한 번에 2.5 Gy씩 총 65 Gy의 방사선을 26회, 기존 치료군은 한 번에 2 Gy씩 총 66 Gy를 33회에 나눠 조사했다.

그 결과, 1차 평가변수인 ‘4년 생화학적 무진행생존율’, 즉 치료 후 PSA가 다시 상승하지 않고 생존한 환자의 비율이 저분할 방사선치료군에서 80.1%로 나타났으며 기존 치료군은 78.1%로 두 치료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또한 암이 방사선치료 부위를 넘어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고 생존한 환자의 비율인 ‘4년 원격전이 무발생생존율’은 저분할 방사선치료군 91.7%, 기존 치료군 91.0%로 비슷했다. 전립선암으로 사망하지 않은 환자의 비율인 ‘4년 전립선암 특이생존율’도 두 치료군 모두 100%였다.

다만 직장 출혈 등을 포함한 중등도 위장관계 부작용은 저분할 방사선치료군에서 7.6%로 기존 치료군 대비 일시적으로 높았지만 심한 부작용은 없었고 주로 직장 내 풍선을 사용하지 않은 환자에서 발생했으며 마지막 추적관찰 시점에는 모두 회복됐다. 또한 환자들이 직접 설문지에 작성한 소화기, 비뇨기계를 비롯한 삶의 질에서도 두 치료군 간의 차이는 없었다.

주요 치료 결과와 부작용이 두 치료군에서 비슷했던 만큼, 치료 횟수를 33회에서 26회로 줄여 환자들의 병원 방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활용함과 동시에 병원 내 방사선치료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연간 8천 건 이상의 근치적 전립선절제술이 시행된 것으로 보고된 바 있어, 저분할 방사선치료가 확대될 경우 연간 최소 50억 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영석 교수와 송영주 전문의,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박원 교수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영석 교수와 송영주 전문의,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박원 교수

교신저자인 김영석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전립선암 수술 후 생화학적 재발을 보이는 환자들은 암 재발 걱정뿐 아니라 수 주 동안 반복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담도 크다. 이번 연구를 통해 치료 횟수를 줄여도 기존 치료와 유사한 암 억제 효과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하며, “다만 저분할 방사선치료에서 일부 위장관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한 만큼 정밀한 영상유도 방사선치료와 직장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