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4개에서 시작한 30년 고집”
전통 장·홍삼·생강 이어 우리밀 피자까지 직접 개발
365일 가족이 함께 머무는 체험공간으로 확장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장수상회(대표이사 손찬락)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줄지어 놓인 장독들이다. 된장과 고추장 등 전통 장류가 익어가는 공간 주변으로 식물과 체험시설이 어우러져 있다. 한쪽에서는 우리밀 피자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도 진행된다.
이 공간을 만든 손찬락 대표이사에게 장수상회는 단순한 판매장이 아니다. 30년 넘게 이어온 ‘좋은 재료와 제대로 된 과정’에 대한 고민을 한곳에 담아낸 결과물이다.
그가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9년이다. 직장생활을 접고 30대 초반 창업한 그는 처음에는 떡집을 운영했다. 먹거리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는 아내의 투병이었다.
가족의 건강이 악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음식과 생활환경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좋은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다뤄야 본래의 맛과 특성을 살릴 수 있을지 스스로 찾아다니며 공부했다.
손 대표이사는 “가족이 많이 아프면서부터 먹거리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며 “좋은 재료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직접 찾아보고 공부하는 일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항아리 4개로 시작…직접 찾아낸 제조 방식
그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가공 방식이었다.
여러 건강원과 제조 현장을 찾아다니며 식품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본 그는 원료의 특성을 가능한 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옛 중탕 방식과 전통적인 제조법을 찾아 공부했고 필요한 설비는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항아리 4개로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재료 가공을 부탁하면서 항아리는 10개로 늘었고 사업도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약 10년 전 김포로 터전을 옮긴 뒤에는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그려왔던 공간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전국을 다니며 오래된 항아리를 모으고 된장과 고추장 등 전통 장류를 직접 담갔다.
손 대표이사가 김포에서 그리고 있는 것은 단순한 식품공장이 아니다. 장독과 식물, 먹거리와 체험이 한 공간 안에서 어우러지고 사람들이 머물며 쉬어갈 수 있는 장소다.
그의 관심은 전통 장류에서 홍삼과 생강, 매실 등 다양한 식재료로 확장됐다. 최근에는 우리밀을 활용한 피자도 직접 개발하고 있다.
출발점은 늘 자신이 먹을 음식이었다. 피자를 좋아했던 그는 재료부터 직접 선택해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반죽 연구를 시작했다. 유기농 우리밀을 사용하고 생마와 발효액 등을 활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반죽을 만들었다.
손 대표이사는 “제품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내가 먹을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좋은 재료를 쓰면 원가는 올라가지만, 재료를 낮추기보다는 내가 마진을 조금 줄이는 쪽을 택해왔다”고 했다.
그가 강조하는 제조 원칙 역시 같은 맥락이다. 맛을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보다 원재료가 가진 특성을 살리는 데 무게를 둔다.
이 같은 방식으로 된장과 고추장을 비롯해 홍삼, 생강, 매실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왔다. 손 대표는 생강과 홍삼 관련 제품으로 농림축산식품 분야 장관상을 두 차례 받았다고 설명했다.
‘판매 공간’에서 ‘체험 공간’으로 변신
최근 손 대표이사가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현재 장수상회에서는 피자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방문객이 직접 반죽과 토핑 과정을 경험하고 자신이 만든 피자를 먹거나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향후에는 체험 범위를 더 넓힐 계획이다. 김치 만들기와 막걸리 만들기 체험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떡을 활용한 공간도 구상하고 있다.
제품을 사서 돌아가는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아이, 부모, 조부모까지 가족이 함께 찾아와 먹고 만들고 쉬어가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앞으로 김치와 막걸리 체험장도 만들고 떡을 활용한 공간도 준비해볼 생각”이라며 “가족들이 함께 와서 직접 만들고 먹고 쉬어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1989년 창업 이후 30년 넘게 사업을 이어왔지만 손 대표이사에게 은퇴는 아직 먼 이야기다. 쉬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일상은 여전히 새로운 먹거리를 연구하고 공간을 가꾸는 일로 채워져 있다.
항아리 4개에서 출발한 작은 시도는 이제 전통 장과 발효식품, 우리밀 피자와 체험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공간으로 커졌다.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시작한 한 사람의 고민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만들고, 어디에서 함께 나눌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수상회에는 손 대표이사가 30년 넘게 쌓아온 그 답이 조금씩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7toy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