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복무 위반 경고 104건·편입 취소 7건
병무청 연구용역 다음 달 결과 전망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아시안게임 일부 선수들의 병역 관련 언행에서 시작된 병역특례 논란이 53년 된 제도의 존립 근거를 묻는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공익복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례까지 드러나면서, 특례 대상의 축소뿐 아니라 기존 요원들의 복무 관리도 개편 과제로 떠올랐다.
11일 병무청에 따르면 예술·체육요원의 편입 요건과 공익복무 체제 등을 검토하는 정책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결과는 다음 달 나올 예정이다. 병무청은 이를 토대로 국방부 등 관계기관과 제도 개편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오는 12일 열리는 국회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국정감사에서도 병역특례 개편 관련 질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홍소영 병무청장은 지난 8월 “보충역 가운데 예술·체육요원 등 민간 분야를 상당 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의 논의는 병역특례의 인정 범위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전면 폐지할 것인지, 특정 대회의 편입 기준부터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병역특례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서 궁극적으로는 폐지하는 것이 국방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병역의무자 간 형평성과 공정성, 병역자원 감소 상황, 국민적 공감대 등을 고려해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감축·폐지 방향을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병역자원 감소에 대응한 보충역 제도 조정은 이번 아시안게임 논란 이전부터 검토돼 왔다.
국회에서는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에 대한 일률적인 예술·체육요원 편입 기준을 삭제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통령령에 위임된 편입 기준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고,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와 일정 요건을 충족한 예술 분야 대상자의 기준은 유지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예술·체육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현저하게 높이는 등 ‘특별한 공적’이 인정되는 경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편입할 수 있는 예외도 뒀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만으로 편입 자격을 얻는 방식을 없애되, 제도 자체를 전면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가 제시한 궁극적 목표와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예술·체육요원은 병역의무가 사라지는 면제 제도가 아니다. 보충역으로 편입돼 군사교육소집을 받고 34개월 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복무한다. 이 기간 특기를 활용한 공익복무 544시간도 이행해야 한다.
형평성 논란은 복무기간뿐 아니라 복무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현역병이 군에서 복무하는 동안 예술·체육요원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다. 우수 인재의 기량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다른 병역의무자에게는 경력과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혜택으로 받아들여지는 구조다.
최근 논쟁에서도 선수들의 전성기만큼 다른 청년들의 시간과 경력도 중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국제대회 성과와 경력 보호 필요성만으로 병역의 예외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반면 특례를 줄이거나 없애더라도 선수와 예술인의 경력 보호 문제는 남는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제도가 우수한 선수와 예술인의 기량 유지·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병역과 공정에 대한 가치가 달라진 만큼 관계부처와 종합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국군체육부대 확대 등 병역을 이행하면서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도 제시됐다.
이번 논의의 또 다른 쟁점은 이미 편입된 요원들의 복무관리다. 특례 인정 범위를 줄이는 것과 현행 복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게 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병무청 집계를 인용한 11일 보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예술·체육요원의 공익복무 규정 위반 경고는 104건이었다. 이수 기준 미달이 102건, 허위 실적 제출이 2건이다. 같은 기간 공익복무를 끝내 이행하지 못해 편입이 취소된 사례는 7건으로 집계됐다. 104건은 경고 건수로, 위반자 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제도에서 예술·체육요원의 복무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휘·감독하고, 병무청은 위반 사실을 통보받아 처분한다. 복무 관리와 제재 권한이 나뉘어 있는 만큼 실적 검증과 위반 사실 통보가 제때 이뤄지는지도 중요하다.
병무청은 진행 중인 정책연구용역에 공익복무 체제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제도 개편이 편입 대상과 인정 대회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복무 실적 검증과 위반 대응을 얼마나 구체화할지가 관건이다.
현재까지 제시된 것은 병역특례를 축소하거나 개편하겠다는 정책 방향이다. 전면 폐지 시점이나 새로운 편입 기준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연구용역 이후 정부의 개편안 마련과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시행 시기, 적용 대상, 기존 편입자 등에 대한 경과조치가 구체화돼야 한다.
개정안의 ‘특별한 공적’ 예외 역시 판단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일률적인 기준을 없애더라도 어떤 성과에 예외를 인정할지가 불분명하면 새로운 형평성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역특례 개편은 금메달을 딴 선수를 군에 보내느냐의 문제만으로 좁히기 어렵다. 예외를 인정할 공적의 기준과 그에 상응하는 복무 의무, 병역을 이행하면서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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