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병원 4곳 중 3곳 전문의 부족
의료계 “소아청소년과 기피, 전문의 채용난으로 이어져”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최근 경찰의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실 압수수색을 둘러싼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의료진이 구속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면 소아 필수의료 인력난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지난달 29일~이달 4일 전국 회원 병원 71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진료 유지에 필요한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74.6%(53곳)였다. 전문의가 충분하다는 응답은 25.4%(18곳)에 그쳤다.
최용재 협회장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 다른 의료진 구속과 무죄 판결 이후 전공의들의 소아청소년과 기피가 전문의 채용난으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며 “지난 9월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으로 이런 현상이 더 빨라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문의 충원이 어려운 이유로는 지원자 부족(86.8%)이 가장 많이 꼽혔다. 야간·휴일·입원 진료 기피(71.7%)와 높은 인건비 부담(58.5%)도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전문의 채용을 시도한 병원 가운데 72.1%는 채용까지 6개월 이상 걸렸거나 여전히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력난은 진료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의 부족으로 최근 3년간 진료를 줄이거나 중단한 경험이 있는 병원은 60.6%에 달했다. 현재와 같은 인력 수급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존 진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4년 미만이라고 답한 병원도 52.1%였다.
이들 병원의 상근 전문의 313명은 연령별로 40대(34.5%), 50대(31.6%), 60대(16.6%), 30대(16.0%), 70대 이상(1.3%) 순으로 많았다. 가장 젊은 30대 전문의가 60대보다 적어 세대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협회의 분석이다.
설문에 참여한 병원들의 대표원장들 43.7%가 주 52시간을 넘겨 일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야간·휴일·입원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96.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3년 중 전문의 부족으로 진료를 줄이거나 멈춘 적 있냐고 묻자(중복 응답) 그렇다고 답한 병원은 60.6%였다. 이들 중에서는 야간 진료 축소·중단이 33.8%로 가장 많았다.
현재 인력과 채용 여건이 이어질 경우 현재 진료(야간·휴일·입원 포함)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물었더니 ‘4년 미만’이라는 답이 52.1%로 절반을 넘었다.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정부와 협회에 바라는 점을 자유롭게 적은 의견 49건(중복) 가운데서는 수가(酬價·건강보험에서 정한 가격) 개선이 3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인건비·인력 확보 재정 지원’(8건), ‘전공의·전문의 배출 확대’(7건), ‘의료진 보호와 법적 안전장치 마련’(5건)도 있었다.
최 협회장은 “소아청소년병원은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며 “정부가 제도적 안전장치와 지원책 마련을 더 미룬다면 지역 소아 필수의료는 머지않아 제 기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0일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발생한 환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앞서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환아가 청색증을 보이며 소아응급센터로 옮겨졌으나 응급처치에도 숨진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를 두고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의료진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분투하는 응급실에서 강제수사가 이뤄지면 진료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해 진료 내역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응급실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젊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로 구성된 ‘NGP(Nextgen Pediatrics)’ 역시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의료진의 형사처벌 부담을 지적했다. 이들은 중증·응급 환자에 대한 진료 결과가 수사와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 젊은 의사들에게 필수의료 현장에 남아달라고 요구하기 어렵다며 수사 방식의 개선을 촉구했다.
다만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진료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환자가 없는 처치실을 대상으로 영장을 집행했으며, 환자가 있던 공간에 대해서는 약 4시간을 기다리는 등 진료에 지장이 없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정부도 수사 절차 개선에 나섰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찰청과 실무회의를 진행했다며 의료계 의견을 반영한 압수수색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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