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직은 정치 신념 푸는 자리 아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국민의힘이 10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스스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정 장관을 즉각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한국 정부에 막말을 쏟아냈는데도 정 장관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 장관은 본인의 처신이 국가 안보에 끼친 해악을 직시하고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불안을 키우는 장관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김여정 총무 부장은 전날 통일부의 대북 의료장비 지원 구상을 “자작광대극의 연속편”이라고 깎아내렸다. “한국의 인간쓰레기들을 외면하고 무시할 것”이라고도 했다. 통일부는 지난 7일 평양 인근 강동군병원에 약 93억원어치 의료장비를 보내는 계획을 공개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를 “조롱 수준을 넘어선 막말”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 장관의 발언이 북한의 선전에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차지훈 주유엔 대사는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을 두고 북한에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북한 대표는 정 장관의 이름을 직접 꺼내며 맞섰다. 한국 당국자도 북한의 고의적인 공격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는 주장이었다.
정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직은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김 부장도 8일 담화에서 이 발언을 거론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장관이 북한 주장에 근거를 대준 셈”이라며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의 말이 이미 북한 선전의 소재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장관이 지뢰 폭발을 ‘사고’라고 부른 점도 문제 삼았다.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DMZ에서 지뢰가 터져 장병 3명이 다쳤다. 군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남쪽에 묻은 지뢰가 원인이라고 결론 냈다.
박 수석대변인은 “북한이 모욕해도 저자세로 일관하고, 우리 장병이 중상을 입어도 ‘사고’라 말하는 장관에게 국민은 안보를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여정의 막말과 조롱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이어질 더 심각한 북한 도발의 신호”라고 내다봤다.
또한 박 수석대변인은 “장관직은 개인의 정치 신념을 풀어내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정부를 향해서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고 엄중히 대응할 실질적이며 구체적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