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3단체 공동 개최…94개 단체 동참
아동복지법 개정·정치기본권 등 6대 요구
정서학대 요건 명확화·무혐의 방어비용 촉구
교부금 개편·3시 하교·서·논술형 도입 반대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교사가 감당한 조사와 수사, 무너진 일상은 되돌리기 어렵다.”
한글날인 9일 전국 교원 2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국회 앞에 모여 아동학대 신고 불안 없이 가르칠 수 있도록 법을 고치라고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교육활동 보장 법 개정 촉구 전국 교원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94개 교원 단체·노조 등이 동참했다.
이들이 공동으로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은 지난해 6월 제주 교사 추모 집회 이후 두 번째다. 이들의 핵심 요구는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 ▷교육재정 개편 반대 ▷초등 저학년 오후 3시 하교 추진 전면 폐지 ▷유보통합 논의 폐기 ▷서·논술형 평가의 졸속 도입 반대 등이다.
특히 이들은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할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단체들은 교권 보호 법률과 대책이 마련된 뒤에도 교사들이 신고와 수사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성명에서는 “교사가 생활지도를 망설이면 같은 교실의 학생들도 피해를 본다”며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라고 주장하는 사례 50건도 공개했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결석한 학생에게 등교를 독려하고 주말에 공부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가 6차례 고소·고발을 당한 교사는 모든 사건에서 무혐의 또는 각하 처분을 받았다. 수업 중 착석을 지도한 신규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다시 신고당한 사례도 담겼다.
교사 출신 전수민 변호사는 정서적 아동학대의 구성요건을 명확히 하고 혐의가 입증되기 전에 교사가 병가나 휴직으로 교실을 떠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교사가 신고인에게 변호사 비용 등 방어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는 요구도 내놨다.
송수연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무혐의면 그 끔찍했던 시간이 없던 것이 되느냐”라며 “지도하면 정서적 학대, 지도하지 않으면 방임이라고 신고당하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교사의 정치기본권도 보장할 수 있다”며 “민주사회 참여를 가르치는 교원이 학교 밖에서도 시민으로서 권리를 제한받고 있으니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국회에 입법을 촉구했다.
교육당국의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은 “교육부는 교육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국교위는 민감한 의제를 던져놓고 논란이 커지면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는 식”이라며 “책임과 부담을 학교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에 대해서는 학생 수 감소만으로 교육재정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학생 수가 줄어도 학교와 학급을 유지하고 특수교육, 기초학력과 학생 정신건강을 지원할 재정은 필요하다”며 “학교의 책임은 늘리면서 기반을 줄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초등 저학년의 오후 3시 하교 추진 중단과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도 요구했다. 유보통합은 영유아의 발달 단계별 전문성과 교육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며 획일적인 통합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서·논술형 평가와 인공지능(AI) 채점 확대 역시 학교 여건과 평가의 신뢰성을 검증하지 않은 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교육감과 교육부 장관 등이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민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장의 어려움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단결한 목소리로 정부와 국회가 학교현장을 주목하게 만들자”며 “교사들이 존중받고 아이들이 즐겁게 배우고 성장하는 학교를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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