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방정환·한용운 삶 재조명…‘멈춘 시간을 걷다’ 주제로 AI영화 3편 제작
8일 면목역광장, 15일 망우역사문화공원서 시민 무료 상영
역사적 고증에 첨단 영상기술 접목…지역 문화유산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 제시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서울 중랑구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든 역사적 인물들이 인공지능(AI) 영화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와 어린이운동의 선구자 방정환 선생, 민족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한용운 선생의 삶을 첨단 영상기술로 재구성한 작품들이 시민들과 만난다.
중랑문화원(원장 장순열)은 ‘멈춘 시간을 걷다’를 주제로 AI영화 3편을 제작하고, 지난 1일 시사회를 시작으로 시민 대상 무료 상영회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상영회는 이날 면목역광장에 이어 오는 15일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열린다. 역사적 인물들의 삶과 정신을 현대적인 영화 언어로 재해석해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유관순 열사를 다룬 ‘너의 봄’, 방정환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환등’, 한용운 선생의 삶을 조명한 ‘만해’ 등 총 3편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역사인물 재현을 넘어 AI기술을 활용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지역의 역사문화 자산을 시민들이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화제는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영면한 인물들의 삶을 오늘날 시민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유관순, 방정환, 한용운 등 한국 근현대사에 발자취를 남긴 60여 명의 인물이 잠든 역사문화 공간이다. 중랑구는 이곳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시민들이 일상에서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공원 환경 개선과 문화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중랑문화원은 이러한 공간적 특성에 주목했다. 역사인물의 생애를 기록이나 전시로 전달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AI기술을 활용한 영화로 구현하면 시민들의 역사적 공감대를 더욱 넓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망우역사문화공원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물리적 시설 조성과 함께 역사적 기록을 축적하고 활용하는 아카이브 기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이번 사업에 반영됐다.
중랑문화원은 서울시문화원연합회 공모사업에 선정돼 확보한 보조금 1억5000만원을 바탕으로 영화 제작을 추진했다.
작품의 역사적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방정환지원센터 관계자와 지역사학자 등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여러 차례 검토를 진행했다. 제작 사업자도 조달청 조달 절차를 통해 선정하는 등 사업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힘썼다.
1919년과 2026년의 유관순이 만나다
세 작품은 각각의 역사인물이 지닌 시대적 의미를 서로 다른 영화적 기법과 이야기 구조로 풀어냈다.
유관순 열사를 주제로 한 ‘너의 봄’은 1919년의 유관순과 2026년의 유관순을 연결하는 구성을 통해 독립운동의 정신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역사인물을 현재의 시선에서 다시 바라보며 자유와 희생, 시대를 초월한 용기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방정환 선생을 다룬 ‘환등’은 소년 시절 환등기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접했던 경험을 모티브로 삼았다. 새로운 영상매체가 어린 시절의 상상력에 미친 영향을 바탕으로 어린이의 권리와 꿈을 위해 헌신했던 방정환의 삶을 조명한다.
한용운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만해’는 만주에서의 활동과 오세암에서의 시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독립운동가이자 승려, 시인으로 살았던 한용운의 내면을 따라가며 대표작 ‘님의 침묵’을 집필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세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면서도 AI기술을 통해 당시의 공간과 인물, 시대적 분위기를 영상으로 구현했다. 이를 통해 역사적 기록을 보다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시민들이 인물의 삶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국내외 AI영화제에서 성과를 거둔 감독들이 참여했다.
‘너의 봄’은 대전 국제AI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김주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환등’은 생성형 AI와 영상기술을 접목해 온 송영윤, 강승표 감독이 제작했으며, ‘만해’는 전러시아 단편영화의 날 최우수 AI영화상을 수상한 이진호, 박진영 감독이 연출했다.
특히 김구 선생이 젊은 손기정 선수에게 태극기를 달아주는 장면을 구현한 영상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 영상 제작에 참여한 감독들이 합류해 역사적 소재를 AI영상으로 표현하는 전문성을 더했다.
총괄 제작과 상영회 운영은 뉴질랜드의 세계적인 특수효과 제작사 웨타워크숍의 한국 협력사인 영화대장간이 맡았다.
중랑문화원은 이번에 제작한 세 작품을 2027년 국내외 국제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이다. 지역문화원이 기획한 역사 콘텐츠를 국제무대에 선보임으로써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인물과 지역 문화유산을 해외에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중랑문화원은 이번 영화 제작을 일회성 문화행사에 그치지 않고 역사교육과 지역문화 활성화 사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향후 망우역사문화공원 관련 기관과 방정환지원센터, 세 인물의 기념사업회는 물론 교육청 등에도 작품을 교육자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역사인물의 삶과 시대적 배경을 영상으로 이해하고, 지역주민들도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문화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지역문화원의 역할을 전통문화 보존과 계승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창작과 보급으로 넓혔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AI기술을 활용한 역사 콘텐츠가 시민들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의 역사문화 자산을 관광과 교육, 문화산업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제작 과정에 참여한 자문위원들도 과거의 유관순이 현재의 유관순으로 다시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중랑문화원의 이번 AI영화제는 역사적 인물들이 잠든 장소를 단순한 추모 공간이 아닌,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살아 있는 문화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첨단기술이 지역의 역사와 만나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탄생한 가운데, 망우역사문화공원이 시민들에게 역사적 기억을 전하는 공간을 넘어 미래세대와 소통하는 문화교육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7toy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