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100일…작은 불편 놓치지 않고 바로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실천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저 현수막, 회의할 때마다 새로 만들어야 하나?”
취임 후 처음 참석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정창수 강북구청장의 눈에 회의장 정면의 현수막이 들어왔다. ‘1회’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다음 회의에는 ‘2회’, 그다음에는 ‘3회’. 그때마다 새 현수막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회의실에는 이미 프로젝터와 화면이 설치돼 있었다. 정 구청장은 꼭 필요한 현수막은 남기되, 반복되는 회의와 행사부터 화면을 활용해 제작을 줄여나가자고 했다.
정 구청장은 이 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첫 번째 ‘소확행’으로 소개했다. 흔히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에 그는 ‘작지만 확실한 행동’이라는 의미를 더했다. 당연하게 반복해온 일을 다시 들여다보고, 바로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꿔보자는 취지다.
그렇게 시작된 소확행은 민선 9기 출범 100일을 맞아 어느덧 24번째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원래 이렇게 해왔는데”에서 한 번 더 묻다
정 구청장은 취임 후 구청장실의 인테리어나 집기를 새로 바꾸지 않고 기존 시설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미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굳이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다만 출입문 유리창을 가리고 있던 시트지는 떼어내도록 했다. 구청장실부터 개방성을 높이고 주민과 더 가까이 소통하겠다는 취지였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부분이지만, 당연하게 이어져온 환경도 필요하다면 바꿀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주민에게 시원한 물을 제공하는 방식도 다시 살폈다. 강북구는 여름철 나눠주던 페트병 생수 대신 지난 9월 우이천 벌리교 인근 황톳길에 냉수와 얼음을 이용할 수 있는 ‘강북 오아시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시원한 물에 얼음까지 받아 마실 수 있어서 좋다. 물맛도 괜찮다”고 말했다. 주민 편의는 높이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도 줄이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원래 해오던 방식’에 한 번 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소확행의 출발점이다.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보다
출산 축하용품도 주민의 입장에서 다시 살폈다. 강북구는 출산가정 지원 물품 가운데 실용성을 고려해 포함했던 종량제봉투가 ‘축하선물’의 취지에 적절한지 재검토했다. 이후 부모가 필요한 아기용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향을 마련하고 내년 적용을 위한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행정이 제공하기 편한 물품보다 실제 받는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먼저 생각해보자는 취지다.
또한 정 구청장은 강북웰빙스포츠센터를 방문해 이용료 감면 현황을 살펴보던 중 고령자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다양한 대상이 혜택을 받고 있지만 한부모 가족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이에 한부모 가족도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을 주문했다.
출산을 축하하는 선물 하나부터 공공시설 이용 기준까지, 이미 마련된 정책과 제도를 그대로 두기보다 실제 이용하는 주민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살펴보는 것이다.
생활을 챙기고, 웃음도 건넸다
어르신들의 일상에서 필요한 것부터 가까이 살폈다.
물가 상승으로 반찬 마련이 빠듯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경로당 부식비를 늘렸고, 어르신들의 청소 부담을 덜기 위한 경로당 대청소도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한 끼 식사를 조금 더 든든하게 하고, 매일 머무는 공간을 조금 더 쾌적하게 만들기 위한 변화다.
경로잔치에서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어르신들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이 한바탕 웃으실 수 있을까.”
정 구청장은 퇴근 후 아내와 동네 노래방을 찾아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골라 연습했다. 황금색 반짝이 재킷도 직접 마련했다. 경로잔치 당일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자, 한 어르신이 무대 앞으로 나와 정 구청장의 손을 잡고 함께 노래를 즐기는 모습도 이어졌다.
한 끼 식사와 머무는 공간을 챙기는 일부터 함께 웃는 시간을 만드는 일까지. 방식은 달라도 어르신들의 일상 가까이에서 필요한 것을 살핀다는 점은 같았다.
민선 9기 100일…작은 것부터 바꾸는 행정
회의장의 현수막 한 장, 구청장실의 시트지 한 장, 우이천의 물 한 잔, 출산가정의 선물, 어르신들의 밥상. 하나하나는 작아 보이지만 모두 행정 현장이나 주민 생활 가까이에서 시작된 변화들이다.
행정 현장과 주민 생활 속에서 발견한 불편과 익숙한 관행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기존 방식과 제도를 주민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살펴 바꿀 수 있는 것부터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강북구가 이어가는 ‘소확행’의 방식이다.
정창수 강북구청장은 “행정 현장과 주민 생활 속에서 당연하게 지나쳐온 것들도 한 번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며 “바꿀 수 있는 것은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고, 작은 변화라도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작지만 확실한 행동’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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