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욱 카이프로 스튜디오 COO가 자신이 만든 장산범 캐릭터 ‘버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창욱 카이프로 스튜디오 COO가 자신이 만든 장산범 캐릭터 ‘버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좋은 아트토이 작품을 만드는 작가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작품을 꾸준히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충분하느냐는 것이죠.”

천창욱 카이프로 스튜디오(KAIPRO STUDIO)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오는 19일 개막하는 ‘서울 토이 페스티벌(SEOUL TOY FESTIVAL)’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창작자가 부담 없이 작품을 선보이고 관람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다.

서울 토이 페스티벌은 1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금천구 마리오아울렛 1관 신관 6층에서 열린다. 아트토이와 캐릭터 IP, 피규어, 레진 토이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행사로, 국내 아트토이 작가와 독립 창작자 등이 참여한다.

19~25일 마리오아울렛서…아트토이 한자리에

아트토이는 작가의 개성과 세계관을 캐릭터나 조형물 형태로 표현한 예술·수집용 작품을 말한다. 곰 모양의 ‘베어브릭(BE@RBRICK)’, 미국 작가 카우스(KAWS)의 ‘컴패니언(Companion)’, 최근 큰 인기를 끈 ‘라부부(Labubu)’ 등이 대표적이다.

천 COO는 이번 행사를 대형 박람회와는 조금 다른 성격의 행사로 설명했다. 화려한 시설과 부스 경쟁보다는 창작자와 관람객이 가까이서 작품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신진 작가도 비교적 부담 없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행사의 출발점은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해온 이희경 카이프로 스튜디오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국내외 창작 관련 행사를 접해온 이 대표는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관람객과 만날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행사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회사에 합류한 천 COO 역시 이런 취지에 공감했다. 그도 지난 10여 년간 구체관절인형과 아트토이를 만들고 국내외 여러 행사에 직접 참가해왔다.

천 COO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는데 그 작품을 세상에 보여줄 기회는 그만큼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며 “3D 프린터를 비롯한 제작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직접 입체화하고 아트토이를 만드는 작가들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천 COO가 한국 작가들을 자주 만났던 곳 중 하나는 오히려 해외 토이 행사였다. 해외 행사는 더 큰 시장과 다양한 컬렉터를 만날 수 있는 기회지만 신진 작가에게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는 “부스비에 항공료와 숙박비, 작품 운송비와 체재비까지 더하면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작가에게 상당한 부담”이라며 “국내에도 좋은 행사들이 있지만 작가들이 조금 더 자주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격투기와 아트토이, ‘무대’로 통하다

천 COO에게 ‘무대’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경험은 아트토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의 이력에는 아트토이와는 전혀 다른 종합격투기(MMA) 분야도 있다.

과거 종합격투기 관련 에이전시 업무를 했던 천 COO는 국내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추진했고, 당시 세계 최고 대회이던 일본 프라이드FC에 ‘부산 중전차’ 최무배, 미국 UFC에 ‘스턴건’ 김동현 등 한국 선수가 최초로 진출하는 과정에도 참여했다. 활동하려는 선수는 있었지만 국내에서 설 수 있는 무대가 부족했던 시절이었다.

천 COO는 “분야는 전혀 다르지만 그때도 결국 사람이 성장하려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종합격투기에서 경험했던 ‘무대의 필요성’은 아트토이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고민과도 맞닿아 있었다. 그는 이런 경험이 이 대표의 제안에 공감하고 회사에 합류하는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서울 토이 페스티벌의 운영 방식에 반영됐다. 천 COO는 “운영 원칙은 단순하다. 참가 부담은 낮추고 작품은 최대한 가까이에서 보여주자는 것”이라며 “행사의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하면 시설과 운영 비용이 증가하고 결국 참가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한 박람회나 화려한 부스를 지향하기보다 작가와 관람객이 가까운 거리에서 작품을 직접 보고 궁금한 것을 묻고,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고 싶다”며 “이미 활동하고 있는 작가부터 자신의 작품을 처음 공개하는 작가까지 한 공간에서 관람객을 만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토이 페스티벌(SEOUL TOY FESTIVAL) 포스터
서울 토이 페스티벌(SEOUL TOY FESTIVAL) 포스터

참가 문턱 낮추고, 작가와 관람객은 더 가까이

관람객이 새로운 작품과 작가를 발견할 수 있도록 행사 콘텐츠에도 변화를 줬다. 대표적인 특별 기획은 국내 조형 집단 357파트먼트(357PARTMENT)와 함께 선보이는 ‘요수도시 인(IN) 서울’이다.

한국의 옛이야기와 민간 전승에 등장하는 요괴와 기이한 존재들을 현대적인 캐릭터와 아트토이, 조형 작품으로 다시 해석한다. 행사장 한편에 작품 몇 점을 전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울 토이 페스티벌 안에서 또 하나의 독립된 세계를 만나는 ‘전시 속의 전시’ 형태로 구성한다.

‘레진 토이 전시존’도 별도로 마련한다. 온라인이나 SNS 이미지로 접했던 작품의 실제 크기와 형태, 질감, 도색과 세부적인 조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하는 작가와 캐릭터 IP 기업, 독립 창작자들의 부스에서는 한정판 아트토이와 신작, 컬래버레이션 작품 등도 선보인다.

전문 전시장이 아닌 마리오아울렛에서 행사를 여는 것도 관람객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취지와 맞닿아 있다. 기존 아트토이 컬렉터뿐 아니라 쇼핑과 여가를 위해 공간을 찾은 일반 관람객도 자연스럽게 아트토이와 캐릭터를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한번 만나고 끝이 아니다…‘계속 만나는 축제’로

천 COO가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모습은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일회성 행사를 넘어선다. 새로운 작가와 캐릭터가 발견되고 그 만남이 또 다른 기회로 이어지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행사에서 처음 알게 된 작가에게 팬이 생길 수도 있고, 작가와 작가가 만나 새로운 작업을 할 수도 있다”며 “가능성이 있는 캐릭터라면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이나 굿즈, 콘텐츠 등 더 넓은 IP 사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카이프로 스튜디오도 그런 기회를 연결할 수 있는 역할을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지속성’을 꼽았다. 천 COO는 “한 번의 행사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보다는 행사가 반복되면서 작가와 관람객, 그리고 다양한 관계가 자연스럽게 쌓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언젠가는 작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을 때 ‘이번 작품은 다음 서울 토이 페스티벌에서 보여줘야겠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행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자신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경험이 없어 망설이는 창작자들에게 “처음이어도 괜찮다”며 “새롭게 시작하고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고 싶은 작가들의 많은 참여와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고 참여를 주문했다.


yj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