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일가서
부인·동생·아들들까지 18명 선거에 무더기 출마
우파 성향에 트럼프 지원받는 보우소나루 일가
美의 대선 개입 의혹에 브라질 검찰, 경찰 수사 요청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정치는 가족사업, 선거는 집안행사?
전직 대통령이 나온데 이어, 대를 이어 대통령을 배출하려 하는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일가의 전방위적인 정치 도전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브라질의 대선·총선에 출마하는 보우소나루 일가 인사만 해도 18명에 달한다. 이를 두고 독일 주간지인 슈테른은 “트럼프 가족들은 보우소나루가(家) 근처에서는 점잖은 교외 주민처럼 보인다”고 평가할 정도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보우소나루 가문 출신 인사 18명 중 8명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부인이나 아들·동생 등 핵심 가족 및 친인척이다.
장남인 플라비우 상원의원은 자유당(PL) 대선 후보로 출마해 대를 이은 대통령직에 도전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인 노동자당(PT) 후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과 차남인 카룰루스는 이번 선거에서 상원의원직에 도전한다. 자이르의 동생인 레나토와 사남 헤난은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슈테른은 “보우소나루 일가 중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이는 (자이르 전 대통령의) 15세 딸인 라우라뿐”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두 번의 집권 기간을 통틀어 정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비판이 일었지만, 그보다 보우소나루 일가의 정치 도전이 더 직접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경우 집권 1기때 장녀 이방카가, 2기때는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외교 분야에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은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에 직접 참여했다. 2기 집권기에서는 트럼프와 사돈 지간인 찰스 쿠슈너가 주프랑스 미국 대사를,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녀였던 킴벌리 길포일이 주그리스 미국 대사직을 맡고 있다. 트럼프의 둘째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도 트럼프의 재선 과정에서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을 맡아 선거 승리를 이끈 바 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일가는 선거에 직접 출마해 선출직을 맡는 등 더 직접적인 형태로 정치에 참여하려 한다. 브라질 사회학자 데보라 메센베르크는 “한 가족 구성원 여덟명이 동시에 선거에 출마하는 건 아마도 세계 신기록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슈테른은 세계 정치사에서도 보우소나루 가문 같은 거대한 ‘정치 세습 왕조’는 유례가 없다고 소개했다. 이를 프랑스의 극우 성향 르펜 가문이나 미국 공화당의 부시 가문 등 다른 정치 명문가들과 비교하기도 했다.
슈테른은 브라질의 대선 후보인 플라비우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정치적 ‘아웃사이더’에서 제도권으로 입성한 것과는 달리 “기득권의 화신”이라 비판했다. 슈테른은 “그는 자이르의 아들이기에 상원의원이 될 수 있었다. 정치적으로 성씨 외에는 아무것도 보여준 것이 없다”면서 “룰라는 공장 노동자에서 대통령이 됐지만, 플라비우는 대통령의 아들에서 대선 후보가 됐다”고 비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에서 룰라 현 브라질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측근들과 군부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징역 27년3개월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복역하던 그는 지난 3월에 건강상의 이유로 90일간 가택연금으로 형을 일부 대체하기도 했다. 우파 성향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해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의 징역형 선고를 규탄하고, 브라질 정부에 그의 사면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브라질 검찰청은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 1일 미국 행정부가 정부 자금을 이용해 브라질 내 우파 성향 시민단체를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를 공식 요청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 연방대법원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에 100만달러(약 13억6000만원)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대응한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플라비우 상원의원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룰라 대통령은 지속해서 미국의 선거 개입을 주장해 왔다.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