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상품 방송광고 건전화 간담회’
보험 방송광고 1년 새 66.9% 증가
방송광고 불완전판매비율, 타채널 3배
홈쇼핑 제재는 5년간 ‘경고 1건’
금감원, 제재기준 하향·공시 확대 요구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 “우리 엄마는 집에 없다” 아픈 엄마의 빈자리를 그린 화면 위로 보험 가입 안내가 흐른다.
#“받고 받고 또 받고”라며 보험금을 여러 번 탈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몇 번까지 받을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오인과 불안을 부추기는 보험 방송광고의 대표 사례로 꼽은 유형들이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소비자의 불안감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보험상품 방송광고를 손보기로 했다. 방송광고로 판매된 보험은 불완전판매비율이 다른 판매채널의 3배에 이르고, 고령 가입자 비중도 높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은 1일 생명·손해보험협회와 함께 보험회사와 홈쇼핑 법인보험대리점(GA) 등 13개사 준법감시인을 불러 ‘보험상품 방송광고 건전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 추진 과제 중 하나다.
김욱배 금감원 소비자보호 부원장보는 모두발언에서 “그간 허위·과장 광고 근절을 위한 보험업권 자율규제가 마련·운영돼 왔음에도 현재까지도 지나치게 자극적인 광고를 반복 송출해 충동적인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극적인 방송광고로 가입한 보험의 경우 고령자 비중과 불완전판매비율 등이 현저히 높아 과거의 영업관행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보는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 확립 ▷방송광고 정보의 투명성 제고 ▷보험회사·GA의 내부통제 강화를 당부했다. 특히 보험사 자체 심의를 “허위·과장 광고의 1차 저지선”이라고 강조하며 심의 강화를 주문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상품 방송광고는 하루 평균 1121회, 57시간 분량이 송출됐다. 2024년(하루 672회, 35시간)보다 횟수 기준 66.9% 늘어난 규모다.
광고가 늘어난 만큼 소비자 피해 우려도 커졌다. 지난해 방송광고로 모집된 계약의 불완전판매비율은 0.036%로 다른 모집채널(0.012%)의 3배 수준이었다. 13회차 유지율도 79.3%로 다른 채널(86.3%)보다 7%포인트 낮았다. 70대 이상 고령 가입자 비중은 13.4%로 다른 채널(7.4%)의 약 1.8배에 달했다. 취약계층이 자극적인 광고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소비자 오해를 부르는 광고 사례도 공개했다. “받고 받고 또 받고”라며 보험금을 여러 차례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총 지급 횟수 한도는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암 치료비 매년 치료시마다 지급”이라는 문구는 굵게 쓰고 ‘연간 1회한 보장’ 같은 지급제한 사유는 가늘고 흐릿하게 표시한 경우다. “우리 엄마는 집에 없다”는 문구와 함께 가족 간병과 슬픔을 영상화하거나, 교통사고 장면을 재연하고 질병 관련 X-레이 사진을 내보내는 등 ‘공포 마케팅’도 문제로 꼽혔다.
홈쇼핑 광고에 대한 제재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홈쇼핑 보험광고는 생방송 특성상 사전 심의가 불가능해 협회가 송출 이후 사후 심의를 한다. 그런데 제재 전 시정조치를 분기별로 4회까지 유예해주는 데다, 1개월 녹화방송 제재가 내려지는 불완전판매비율 기준(반기 0.4% 초과)이 업계 평균(0.03%)을 크게 웃돌아 최근 5년간 조치 실적은 경고 1건에 그쳤다.
실제 협회 공시를 보면 홈쇼핑 보험광고에 대한 제재는 손에 꼽힌다. 생명보험협회는 올해 2월 CJ ENM의 홈쇼핑 판매방송(라이나생명 치아보험)에 경고 조치를 내렸는데, 사유는 ‘경품 안내시간 미준수’였다. 금감원이 문제 삼은 공포 마케팅이나 지급제한 사유 축소 표시 등 광고 내용 자체를 이유로 한 제재는 아니었다. 손해보험협회가 올해 공시한 제재 5건은 모두 배너·GA 업무광고 관련으로, 홈쇼핑 방송은 한 건도 없었다.
이에 따라 제재유예 조치를 합리화하고 제재기준 불완전판매비율을 홈쇼핑 평균을 고려해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협회는 심의기준을 정교화하고, 기준에 못 미치는 광고 사례는 업계에 계속 전파할 계획이다.
공시도 확대된다. 현재 협회는 방송광고 관련 제재 사실만 공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의견 수렴을 거쳐 보험사별 방송 송출 횟수·시간, 협회의 광고 심의 현황 등을 담은 업계 자율 공시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보험사와 GA는 광고 제작 단계부터 소비자보호부서가 직접 참여하는 등 자체 심의를 실질화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방송광고 공시 강화와 규제 보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자율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계의 구체적 이행방안 마련 등 자정 노력이 속도감 있게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협회와 함께 방송광고 모니터링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w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