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조용한 문제 해결’ 원칙속

대북확성기 재배치만도 압박 효과

MDL 지뢰지대 개척 재개도 방법

여야선 北 규탄 결의안 ‘네탓 공방’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열병차량에 탑승해 사열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열병차량에 탑승해 사열하고 있다. [연합]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폭발이 북한의 지뢰 매설에 의한 것이며 정전협정 위반임을 공식화했지만 후속조치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성명과 경고사격만으로는 북한을 움직일 수 없다며 대북확성기 재설치와 지뢰지대 개척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먼저 유엔사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유엔사는 기본적으로 충돌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최대치가 북한에 정전협정 위반을 통보하고 항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사가 지난 6월 발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유엔사는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이 판명 나면 북한과 양자 간 군사 소통채널을 통해 직접 경고를 보내고 통보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팩트시트에는 ‘정치적 긴장이 커지지 않도록 군사채널을 통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한다’는 문구가 담겨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신 연구위원은 우리 군 자체적으로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움직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꺼려하는 확성기 방송, 또는 방송하지 않더라도 현재 철거 상태인 확성기 설치만 다시 해도 북한에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방산안보실장은 과거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연결할 때 지뢰 제거 장비를 사용한 사례를 들며 중장비를 동원한 지뢰지대 개척을 대응방안의 하나로 꼽았다.

엄 실장은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북쪽에서 마음대로 전술도로를 내고 있으니 우리도 유엔사와 협의해 MDL 남쪽에서 같은 수준의 작업을 하는 것은 비례성 차원에서 맞다”며 “병력을 넣는 대신 MK4 같은 지뢰 제거 장비를 25사단 지역 등에 시범 투입해 수색로를 닦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 경우 작전 병력의 기동로가 되고 북한군 침투를 관측하기 쉬워지며 귀순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면서 “북한이 반발하면 만나서 협의하자며 대화의 실마리로 삼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 수석연구위원 역시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뒤 미군의 미루나무 제거 작전을 예로 들며 “지형 변화가 식별된 지역의 지뢰를 중장비로 갈아엎으면 사람이 다치지 않는다”면서 “우리 지역이어서 정전협정 위반도 아니고, 유엔사의 협조만 얻으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출구 전략으로 군사당국 간 대화를 제시했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지뢰 사건을 계기로 경계선 설정 등 DMZ 안정화를 위한 군사당국자 협상을 제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북한에 대화 테이블로 나와 남북이 이번 사고에 대해 같이 확인하자고 제안하는 등 남북대화를 강하게 주장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미 준비한 일정이라는 이유로 지뢰 폭발 사건 발생에도 불구하고 유럽 출장에 나섰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일정을 중도 취소하고 이날 조기귀국한다. 정 장관은 귀국길에 오르며 페이스북을 통해 “최종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그것이 한반도 평화를 향한 우리의 노력을 폄훼하거나 왜곡하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의 담화와 관련 “이번 지뢰 폭발 사고와 같은 불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유관부처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가는 한편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오랜 적대와 대결을 끝내고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DMZ 지뢰 폭발과 관련 이날 충남 계룡대 활주로에서 열린 제78회 국군의날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한 장병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빠른 쾌유를 기원하고 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도 DMZ 지뢰 폭발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북한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규탄 결의안 채택 불발에 대해선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군과 유엔사의 합동 조사 결과 이번 사고는 북한의 명백한 정전 협정 위반”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 규탄 결의문 채택 불발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렸다. 여야는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에는 합의했지만, 결의안에 포함된 ‘대북 인도적 지원 재검토’ 문구를 두고 맞선 바 있다.

한 원내대표는 “추가 조건을 붙여 채택을 가로막아 놓고 정부의 대응 의지를 탓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국민의힘은 군의 사기를 꺾고 국민 불안을 키우는 음모론을 멈추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북한의 사과와 책임 조치를 요구하면서 민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어떤 말로도 용서받지 못할 명백한 침략 행위”라며 “북한 당국의 즉각적인 사과와 DMZ 지뢰 제거를 포함한 원상복구 조치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을 향해선 “진성준 국방위원장은 북한 지뢰가 방어용이라고 한다”면서 “경계를 침범해 살상용 무기를 매설했는데 그게 방어용이라면 북한의 어떤 침략과 도발이 방어용이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민주당은 입으로 북한을 규탄한다며 지난 정권을 공격하는데 열을 올린다”면서 “대한민국 집권 여당인지 조선노동장 여의도지부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윤호·전현건·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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