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지난 22일 국회보고 바탕으로 공식 발표 기다려달라”

사업성 검토와 관련 절차, 국회 보고 거쳐야 해

2017년 한미정상회담 당시도 알래스카 프로젝트 언급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유세 차원 거론 분석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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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30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미 전략적 투자 사업을 발표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측 발표 대상에 약 540억달러(약 73조원) 규모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불과 일주일 전 한국 정부가 국회에 ‘추후 협의’ 사업으로 보고한 내용과 실제 발표 사이에 차이가 생길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전략투자 자금을 활용해 미국 내 주요 사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발표할 수 있으며, 알래스카 LNG 사업에 약 540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미국의 발표 시점이나 알래스카 LNG 투자 참여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이날 로이터 보도와 관련해 “미측 내부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미측과 긴밀히 소통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발표 시점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상업적 합리성을 관련 법률에 따라 검토해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로이터통신 역시 ‘가능성’이라고 언급하고 있다”며 “해당 프로젝트는 지난번 브리핑 때 설명했던 것처럼 상업적 합리성을 검토한다는 정도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 결과는 양국 정부가 확정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로이터가 거론한 540억달러가 실제 한국의 전략투자 몫으로 확정될 경우 2000억달러 전략적 투자 총액의 약 27%에 해당한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1호 사업으로 제시한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223억달러와 미국 원전 최대 8기 건설 사업의 최대 1200억달러를 합치면 총 1963억달러다. 세 사업이 모두 최대치로 집행되더라도 전략적 투자 한도 2000억달러를 넘지는 않는다.

앞서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2일 각각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으로부터 정부가 확정한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와 2·3호 프로젝트의 추진 계획을 비공개로 보고받았다.

1호 사업으로 보고된 엔시날 프로젝트는 미국 텍사스 엔시날 지역에 223억달러를 투자해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호, 3호 사업은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LNG 개발로 정부는 사업 추진 여부를 결론 내지 않고 추후 협의 과제로 남겼다. 정부는 이처럼 수익성이 불투명한 두 사업에 대해 추진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향후 추가 협의와 국회 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시 “원전 개별 프로젝트와 알래스카는 법률상 절차에 따라 상업적 합리성을 검토해 추후 추진 의사에 대해 다시 국회 보고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LNG가 실제 투자 사업으로 확정되려면 사업성 검토와 관련 절차, 국회 보고가 남아 있다는 얘기다.

알래스카는 11월 초 치뤄질 미국 중간선거의 경합주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당시 알래스카에서 압승했으나 현재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공화당 현역의원 댄 설리번과 민주당 후보 사이에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7일 우리나라를 처음 국빈 방문했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언론 발표문에서 “한국가스공사는 알래스카 개발회사와 알래스카의 천연가스 인프라 개발을 위한 협력 틀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가스공사는 한미정상회담이 있기 5개월 전인 2017년 6월 알래스카 가스개발회사(AGDC)와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총투자비 39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 개발 사업이었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AGDC사와 업무협약만 2차례 연장하고 있고 무산시켰다. 이 사업은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약 1300여㎞의 가스관을 통해 앵커리지 인근으로 운반해 액화한 뒤 수요지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엑손모빌과 BP,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주요 오일메이저 3곳이 사업을 지원했지만 높은 비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16년 잇따라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후 사업 관리권은 알래스카 주정부 산하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AGDC)로 넘어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시 알래스카를 꺼내 들었다. 공화당 현역의원 설리번의 승리를 견인하는 차원에서 알래스카 사업을 밀어부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설리번은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중 알래스카를 찾아 지원 유세도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알래스카에서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공화당 후보 지원 방안을 언급하다가 “일본과 한국이 있다. 이 모든 사람이 연료를 싣고, 석유를 싣고,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그 밖의 모든 일을 하기 위해 알래스카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한국과 일본을 거론하며 투자를 노골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중동전쟁으로 글로벌 원유·가스 공급대란이 심화되는 가운데 ‘탈중동’ 에너지 조달구조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심도있게 살피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셰일가스 산지가 가까운 텍사스 휴스턴에서 한국과 일본까지 LNG를 수송할 땐 빨라도 3주, 파나마 운하가 막히면 한 달 정도 걸리지만, 알래스카에선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특히 규모가 큰 LNG 운반선은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기 어려운 탓에 아프리카 희망봉을 지나는 루트를 이용하면 45~50일까지도 소요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중동전쟁이전에는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높았으나 현재는 에너지안보차원에서 다시 살피는 분위기도 있다”면서 “미국 중간선거와 맞물려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의 중동의존화를 벗어나자는 차원에서 알래스카 프로젝트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