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쿠팡 차별 주장 일축…“경쟁당국 역량 신뢰”
“배달앱 수수료 과도” 플랫폼 규율 입법 촉구
우버의 배민 인수 추진 “경쟁 영향 엄정 심사”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9일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으로 현장조사가 중단된 데 대해 “정지된 조사 때문에 무너진 정의를 다시 세우는 노력을 끝까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기각 이후 현장조사 재개 여부를 묻는 질문에 “30일간 조사가 정지됐는데 늦었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공정위가 쿠팡의 입점업체에 대한 불이익 거래 강요 등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쿠팡은 현장조사에 불응하고 현장조사 결정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서울고법이 지난 23일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현장조사 결정의 효력은 다시 살아났다.
주 위원장은 쿠팡의 조사 대상 혐의가 입점업체에 대한 이른바 ‘갑질’에 해당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쉽게 얘기하면 그렇다”고 답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관련 규정도 정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 위원장은 “절차도 좀 더 세밀하게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빠져나갈 구멍이 없도록 하고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좀 더 명확하게 규정을 정비해 교묘하게 공정위 조사를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도록 기존 규정들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현장조사는 압수수색과 달리 기업의 동의를 받아 이뤄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동의하지 않으면 저희가 조사할 수 없다”며 “기업의 경제활동도 법 위반 행위가 없는지,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없는지에 대해서 공정위가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시하려면 기업 활동을 나타내주는 자료들을 우리가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최소한의 조사권에 대한 집행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적으로 제재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주로 미국 하원에서 그런 목소리들이 많이 나오고 미국의 어떤 메이저 언론사도 이런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미국 출장에서 쿠팡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에서는 주로 경쟁당국 간의 현안과 앞으로 법 집행 동향이라든지 그런 일반적인 문제에 대해서 논의했다”며 “양 경쟁당국 간 협력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치권 일각의 주장과 달리 경쟁당국과 전문가들의 인식은 다르다는 취지의 설명도 내놨다.
주 위원장은 “미국의 경쟁당국이나 이 분야 전문가들은 우리 경쟁당국의 역량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의 경쟁당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다른 선진국 경쟁당국보다도 엄정하게 법 집행을 잘하는 기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경쟁법 전문매체 글로벌 컴피티션 리뷰(GCR)의 경쟁당국 평가를 언급하며 “우리 경쟁당국은 계속 최고 아니면 우수”라며 “탑5에 항상 들었다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미국 경쟁당국도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한다고 보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얘기를 명시적으로 할 필요도 없지만 그런 신뢰가 있다는 말씀”이라고 답했다.
다음 달 출범하는 공정위 중점조사기획단과 관련해서는 플랫폼 시장에서 여러 법 위반이 결합된 복합사건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에서 한 번 지배력이 커지면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될 수도 있다”며 “경쟁법 집행 방식 자체가 유연하게 여기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표시·광고, 끼워팔기 등을 거론하며 “다양한 법 위반 행위들이 결합된 복합적 사건을 잘 다루려면 거기에 특화된 조직이 필요하고 빠르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달앱 수수료에 대해서는 “과도하다고 본다”면서 “저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국내 배달앱 시장의 절대적인 매출 규모가 일본의 5배이고 독일과 영국을 합친 것보다 크며 미국의 약 3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 규모와 높은 이용 밀집도를 고려하면 배달앱 사업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 필요성도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플랫폼 시장이 독과점화가 아주 심하게 진행된 상황”이라며 “규제당국이 경쟁을 최대한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수수료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으로 다시 이용자가 몰리는 ‘네트워크 효과’를 설명하면서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 플랫폼에 특화된 입법을 모두 진행했다”며 “우리나라는 그 입법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달앱에 특화된 어떤 특별법 아니면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들을 보호하는,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플랫폼 산업의 특성에 맞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배달앱 시장의 경쟁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우버의 배달의민족 인수 추진에 대해서도 엄정한 심사를 예고했다. 주 위원장은 “중요한 사항”이라며 “경쟁질서에 미치는 영향들을 엄정하게 심사해서 그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경쟁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심사해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