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경 외무성 부상, 2년 연속 유엔총회 기조연설
“한반도 평화 전쟁억제력 덕분”…북미대화 언급 없어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북한이 유엔총회 무대에서 “핵보유국 지위는 되돌릴 수 없다”고 다시 못 박았다.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승인하고 추진하는 것도 직접 겨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상황이지만, 북미대화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비핵화는 애초에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국제무대에서 거듭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핵보유국 지위는 그 어떤 경우에도 그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확인한다”고 밝혔다.
김 부상은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이 보유한 핵 억제력은 외부의 침략과 위협으로부터 주권과 안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절대적 힘이며 불가항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고 안전이 유지되는 것은 우리가 강력한 전쟁 억제력을 갖고 있으며 적대 세력들의 무력 사용 의지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반도의 평화가 자신들의 핵 덕분이라는 논리로 핵 보유를 정당화한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압도적인 힘의 강세로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온갖 위협을 엄격히 통제·관리해 나감으로써 국가 자주권과 근본 이익을 굳건히 수호하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해 나가는 데 핵보유국으로서의 사명에 더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의 상당 부분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비난하는 데 쓰였다. 김 부상은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프리덤 실드(UFS)’ 등을 언급하며 미국이 북한을 겨냥해 한국·일본과의 군사협력을 핵무기 요소까지 포함하는 더 공격적인 군사동맹으로 키우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동맹국들과 야합해 핵전쟁 각본들을 수정·갱신하면서 그 실행력을 부단히 배양·숙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추진은 특히 강하게 비판했다. 김 부상은 “미국이 서울의 핵잠수함 보유 야망을 승인하고 적극 추진하면서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에 최신형 미사일과 무인기를 비롯한 각종 장비들을 이동 배치하는 현 군사 동향은 가뜩이나 불안정한 지역 안보 상황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핵잠 도입이 본격화할 경우 북한이 이를 자신들의 군사력 증강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일본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등 최근 군사 동향과 관련해 그는 “지난 세기 인류에게 형용할 수 없는 고통과 재난을 준 특등 전범국이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를 기화로 평화헌법 개악, 군사기구 개편, 무력 증강 등 재무장화에 전례 없이 박차를 가하면서 지역 전반에 전운을 몰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장거리 공격 무기들의 개발 및 보유에 본격적으로 매달리는 일본의 야망은 전패국의 의미에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심을 모았던 북미대화에 대한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할 뜻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온 만큼 북한의 반응이 주목됐지만 김 부상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 북미대화 재개와 관련한 대북 메시지를 넣지 않았다. 북미 양측 모두 대화 문제에서는 탐색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김 부상은 유엔 개혁도 요구했다. 그는 “특정 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개혁이 아니라 모두의 의사와 이익이 균등하게 대변돼야 한다”며 “일개 국가가 일방적으로 자기 의사를 세계에 내리며 국제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영원히 막을 내렸다”고 했다.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자력갱생’에 대한 자신감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우리의 발전은 물론이고 생존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세력들의 반인륜적인 책동으로 무수한 도전과 난관들이 놓여 있지만,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는 자체 힘으로 우리가 목표한 모든 것을 기어이 성취할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 인민 누구나 확신하는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 등 북한 대표부 직원들은 박수를 보냈지만 다른 나라 대표단은 호응하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 일본 대표부 직원 몇 명은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자리를 지켰다.
김 부상의 유엔총회 연설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2024년까지 6년 동안 유엔총회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고, 그동안 김성 대사가 기조연설을 맡았다. 그러다 지난해 김 부상이 참석하면서 7년 만에 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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